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1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T업계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사진=김태현 기자)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IT위원회가 게임·IT 업계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2025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개별 기업과 교섭을 진행해왔으나, 이제는 산업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화섬노조 IT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2025 IT위원회 공동요구안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요구안의 핵심 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조치위원회 설치 ▲인사 평가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평가 기준 공개 ▲경영상 이유에 따른 전환 배치 절차 개선 ▲분사·인수 합병(M&A) 등 기업 변동 시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절차 개선 등이다.
IT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공동요구안은 IT업계의 문제로 언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고용불안, 공정한 평가 문제 등을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대응하고자 마련됐다. IT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IT 산업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산업 내 건강한 노동문화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간 화섬노조의 활동으로 ICT·게임업계에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포괄임금제가 거의 사라졌다"며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ICT 노동자들이 같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윤 IT위원장(네이버 지회장)은 "최종적으로 IT·게임 산업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 및 산업 내 건강한 노동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IT위원회는 그간 개별 기업과 교섭을 통해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여러 부류의 노동자들이 조합에 가입된 만큼 개별 이슈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개별 교섭을 넘어 산업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 공동 요구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오 위원장은 "IT·게임 업계는 다른 산업과 달리 오로지 사람의 노동으로 돌아가는 만큼 사람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서비스와 게임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햇다.
먼저 오 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조치위원회를 요구한 배경으로 업계 내 경쟁으로 인한 업무 압박을 들었다. 그는 "현행법상 괴롭힘 발생 시 조사 판단 주체가 모두 사용자이고, 사용자의 주관성, 괴롭힘에 대한 인식, 해결 의지, 괴롭힘 당사자와의 관계 등이 조사와 판단에 개입할 여지가 있어 괴롭힘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짚었다.
따라서 해당 조치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 업계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인재 중심의 산업으로 체계를 강화해나가겠다는 주장이다.
또한 인사 평가 기준 공개 조항에 대해서는 '공정한 보상'을 내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평가를 통해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공정한 보상’을 위해서는 인사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오 위원장은 "노동 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소진시키는 옛 시대적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IT위원회는 올해 2분기 중 각 회사의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 공동요구안을 제시하고, 3분기까지 교섭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오 위원장은 "만약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법적으로 지명된 선별노조로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동연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섬노조 IT위원회는 지난 2018년 네이버를 시작으로 넥슨, 넷마블, 배달의민족,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등 다양한 IT·게임기업 노동조합이 소속돼있다. 노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규모는 약 2만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