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 롯데칠성음료 '새로도원' 팝업 전경. (사진=김성준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2022년 선보인 ‘새로’는 신규 소주로서는 이례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브랜드입니다. 소주시장은 점유율 과반 이상을 선두 기업이 차지하며 자리를 굳혔고, 남은 시장 파이를 두고 여러 브랜드간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게다가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주류 특성까지 더해져 신규 브랜드의 시장 진입은 굉장히 험난한 일이었죠. 하지만 새로는 출시 직후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7개월여만에 누적 판매 1억병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새로’의 선전은 사실 제품을 출시한 롯데칠성음료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새로 개발을 이끌던 담당자들도 기대를 한참 뛰어넘은 성과에 얼떨떨한 반응이었다고 하죠. 물론 그렇다고 롯데칠성음료가 ‘새로’를 대충 준비한 것은 아닙니다. 새로의 흥행은 ‘제로 슈거 소주’라는 콘셉트,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 전략까지 삼박자가 두루 맞아 떨어진 결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이 세 가지 모두 1년이 넘는 준비기간 동안 공을 들인 결과물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캐릭터 마케팅인데요. 새로는 구미호 캐릭터 ‘새로구미’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광고 등을 선보이며 젊은층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주류 업계에서 없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는 브랜드 마스코트 역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새로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것이 차별점이죠. 2023년 새로 출시 1주년을 맞아 성수동에 선보였던 ‘새로 257 동굴 팝업스토어’는 이 같은 세계관을 현실로 이끌어내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살구정원, 얼음동굴 등 팝업을 열었고, 신규 애니메이션 광고도 꾸준히 선보였죠. 이렇게 쌓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로가 한층 풍성한 팝업 ‘새로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새로구미’가 꾸민 무릉도원, 세계관 체험 요소 ‘다이닝’까지 확장
'새로도원' 지하에 자리 잡은 '소원 연못'. (사진=김성준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29일부터 서울 압구정에서 운영하는 ‘새로도원’은 무릉도원을 콘셉트로 꾸며졌습니다. ‘새로구미가 만든 신비한 공간에서 설탕과 근심, 걱정을 제로(Zero)화한다’는 것이 배경으로, ‘제로 슈거’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했죠. 새로 257 동굴에서부터 이어진 세계관 특유의 신비한 분위기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습니다. ‘속세에서 쌓인’ 설탕 구슬 3개를 받아 들고, 섭선으로 벽면에 전시된 ‘새로’를 향해 부채질을 하면 비밀스러운 문이 열리는데요. 통로를 지나면 은은한 조명이 빛나는 어두컴컴한 지하 공간이 나타납니다.
첫 설탕 구슬을 털어내면 오색으로 빛나는 호수에서 ‘자석 낚시’로 운세를 점쳐주는 구슬을 건져 올릴 수 있습니다. 운세 구슬을 선반에 올려두면 화면에 재물운, 사랑운 등 운세가 출력되는데, 이 중에는 특별한 경품을 받을 수 있는 ‘대박 운세’도 포함돼 있다고 하네요. 두번째 설탕 구슬로는 팝업에서 빠질 수 없는 ‘즉석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평범한 사진은 아닙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촬영된 얼굴을 ‘새로구미’ 캐릭터로 변환해주는데, 방문객이 직접 ‘새로구미’로 둔갑했다는 설정입니다. 나만의 새로구미 캐릭터는 세계관 몰입도를 한층 높여주는 요소죠. 마지막 구슬로는 통일신라 시대 ‘술 게임 주사위’인 ‘주령구’를 굴리는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눈금에 따라 제휴 매장에서 새로 제품을 교환할 수 있는 쿠폰과 특별 경품을 받을 수 있죠.
'새로술상' 식전주(왼쪽)와 코스요리가 담긴 식기. (사진=김성준 기자)
이번 팝업에는 세계관을 담아낸 체험형 콘텐츠 외에도 특별한 요소가 더해졌습니다. ‘흑백요리사’의 ‘장사천재’ 조서형 셰프와 협업한 ‘새로 술상’ 다이닝인데요. 각양각색 콘텐츠로 무장한 팝업들이 넘쳐나는 만큼 ‘새로도원’만의 차별성을 보다 강조한다는 전략입니다. 앞선 팝업에서도 새로를 시음할 순 있었지만, ‘풍류’를 키워드로 다이닝 경험을 세계관에 녹여냈다는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포석정’을 모티브로 꾸민 디귿자 형태 테이블에 앉으면, 물길을 따라 떠내려오는 술잔을 받을 수 있는데요. 둥실 떠내려오는 식전주를 마시는 독특한 경험에 ‘풍류를 즐긴다’는 콘셉트가 물씬 다가옵니다.
식전주에 이어 나오는 요리도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제공됩니다. 여우구슬을 형상화한 동그란 용기는 총 4개 층으로 구성됐는데, 각 접시마다 색다른 요리가 담겨 있습니다. 맨 위에 담긴 다래 관자 냉채는 제철나물과 목이버섯으로 새로도원 수목을 표현했는데, 고추씨가 주는 매콤한 맛과 얇게 썬 다래의 새콤달콤한 맛이 관자와 잘 어우러졌습니다. 떡갈비는 새송이버섯을 뼈처럼 표현해 ‘만화고기’를 구현한 모습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는데요. 입술로 물어도 부스러질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에 살짝 매콤한 맛이 가미됐습니다. 아롱사태를 활용한 떡국은 짭짤한 국물맛을 바탕으로 강한 감칠맛이 인상적이었고, 감태 김밥도 곤드레밥과 매콤짭짤한 낙지젓 조합으로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라 관자 냉채, 새송이 떡갈비, 낙지젓 감태 김밥, 구슬 떡국. (사진=김성준 기자)
식사를 마치면 새로를 활용한 칵테일과 살구를 곁들인 한식 디저트가 마지막 코스로 나오는데요. 청록색 빛깔에 라임이 장식된 티베이스 칵테일로, 새로가 탄생한 강릉 특산물인 오죽차를 이용해 쌉싸름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담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요리 특색이나 맛이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풍성함이나 포만감 면에선 미묘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만 ‘술상’이라는 콘셉트를 고려하면 반주를 함께 곁들이기엔 적당한 정도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새로도원’ 팝업스토어와 ‘새로술상’ 다이닝을 통해 ‘새로’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한층 강조한다는 계획인데요. 꾸준히 세계관을 확장해 온 ‘새로구미’가 이번엔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