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준공을 앞둔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손기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였던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가 동력을 잃고 있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임대차2법 개정, 공시가격 로드맵 폐지 등 핵심 정책의 입법 가능성이 희박해지며, 시장에선 불확실성을 반영한 관망세가 확산 중이다. 동시에 분양 일정도 줄줄이 연기되며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조기 대선 때 상승장의 초입 상황과 달리 지금은 조정 국면이기 때문에 전국적 상승세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 정책 공백기, 규제완화 입법 좌초 위기
8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건설·부동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깊어지고 있다. 윤 정부가 추진하던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했고, 대선을 앞둔 정치 공백기로 인해 주요 입법 과제들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재건축·재개발 특례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 등은 재건축 인허가 단축, 용적률 상향, 조합 설립 요건 완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지만, 대선 전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여야가 재정비 사업 활성화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정권 공백기 속에서는 현실적 추진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장에서 기대감이 컸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해당 제도는 재건축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1인당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규정인데, 공급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로 지목됐다.
윤 정부는 지난해 초 초과이익 기준을 일부 완화하며 폐지에 대한 여론을 조성했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입법화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될 경우 규제 완화는커녕 임대차법 등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야당은 계약갱신청구권 연장과 전월세상한제 유지에 더해, 장기 전세 보장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차2법 개정도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도 정치적 정당성 확보가 어렵게 됐다.
국회 국토교통위는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 법안 외에는 정책 논의가 거의 멈춘 상태다. 입법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분양 시장 '멈춤'…지방도 수도권도 관망세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은 분양 일정을 보류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7~11일) 전국 청약 접수 단지는 2곳, 총 216가구에 불과하다. 3월 기준 분양 실적률도 21%에 그쳐, 1만9000가구 예정 물량 중 실제 분양은 4000가구 수준에 머물렀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신중한 움직임이다. 수도권에서는 ‘구리 한양립스’와 같이 일부 지역주택조합 사업 위주로 청약이 이뤄지고 있고, 강릉 등 지방에서도 공급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분양가는 6억~11억원대로 책정됐지만, 수요자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공급 차질 장기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특례법 지연과 재초환 이슈로 인해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3기 신도시 등 이미 계획이 진행된 공공 주도 공급은 기존 일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 “대선 결과 전까진 보합…전국적 상승세 이어지긴 어려워”
전문가들은 향후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이 정권 재편 이후 대선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권이 바뀌는 대선이라는 강력한 변수가 등장한 만큼,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초긴장 상태의 보합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잠시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살아난 상황이지만, 계엄과 탄핵이라는 불확실성은 다시금 조기 대선이라는 방향으로 봉인 해제됐고, 이후의 시장 흐름은 전적으로 대선 결과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조기 대선 상황과 비교되곤 하지만, 그때는 상승장의 초입이었고 지금은 조정 국면이기 때문에 전국적 상승세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최근 강남 집값 상승도 똘똘한 한 채 수요와 규제 피로감 때문이지, 부동산 시장 전반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분양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정비사업 추진 일정도 가시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