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이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시장 침체 속 상대적으로 전세 수요가 유지되면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대비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전세가율 70%를 돌파한 지역이 늘어나며 갭투자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분양평가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의 전세가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8.1%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가율은 전세가격을 매매가격으로 나눈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매매가 대비 초기 부담이 적어져 투자 유인이 커지는 지표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이번 전세가율 상승은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흐름이 엇갈린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전세 수요는 점진적 회복세를 보인 반면, 매매시장은 고금리와 공급 확대 영향으로 가격 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전북이 79%로 가장 높았고, 충북이 78.4%, 울산 73.2%, 대전 70.9% 등 광역시 단위에서도 전세가율 70%를 넘는 곳이 여럿이다. 수도권 평균 전세가율은 서울 53.9%, 경기 65.8%, 인천 67.9%로 다소 낮지만, 개별 지역 중에서는 70%를 초과한 곳이 빠르게 늘고 있다. 남양주(71.3%), 고양(71.0%), 평택(70.6%), 이천, 여주, 안성, 파주, 인천 동구·미추홀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전세가율 70% 돌파는 단순 수치 이상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매가 대비 소액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에, 이른바 '갭투자'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중소형 평형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겹치며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리얼하우스 김선아 분양분석팀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전세가율이 70%를 넘던 시기에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던 만큼, 현재 수도권 외곽의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 집중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제 신규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양주시에서는 전세가율 71.3%를 기록한 가운데, 두산건설이 공급하는 ‘두산위브더제니스 평내호평역 N49’가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춘선 평내호평역 도보권 입지에 위치하며, 이마트·메가박스·체육공원 등 생활편의시설과 초중학교가 밀집해 있다.
고양시에서는 포스코이앤씨와 한화 건설이 공동 시공하는 ‘더샵 포레나’가 공급되고 있다. GTX-A와 교외선, 고양은평선 등 교통망 확충의 수혜 지역으로 서울 접근성과 교육·생활 인프라가 강점으로 작용한다.
인천 부평구(70.9%)에서는 동양건설산업이 시공하는 ‘십정3구역 파라곤’이 5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 동암역 인근 역세권 입지로, 초·중·고등학교가 인접해 교육 여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정책 변화와 전세 수급에 따라 전세가율의 추가 상승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의 높은 전세가율은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투자심리에 적잖은 자극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단기적 시장 변화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