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이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주택 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 수급 불균형이 본격화되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전국에서 분양된 일반분양 물량은 총 1만235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인 3만5215가구 대비 65% 가까이 줄어든 수치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5682가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 분양 물량은 5947가구로 전월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고, 2월에는 2371가구로 다시 절반 이상 감소했다. 3월에는 4040가구로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2023년 2월 이후 약 2년 만의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 수도권 공급 '뚝'…서울은 사실상 전무

수도권 지역의 분양 급감은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는 1월 388가구, 2월 726가구, 3월에는 65가구가 분양되며 1분기 전체 물량이 1179가구에 불과했다. 이는 약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은 2월 482가구 분양이 전부였으며, 1월과 3월에는 단 한 가구도 분양되지 않았다.

그 외에도 경남, 전남, 제주 등 일부 지역은 1분기 동안 아예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았다. 반면 충남은 총 3330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분양했고, 전북이 1703가구로 뒤를 이었다. 1000가구 이상을 공급한 지역은 충남, 전북, 경기 세 곳뿐.

연도별 1분기 일반분양물량 추이. (자료=부동산R114)

구체적으로 현대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서 총 660가구의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를 분양한다. 대우건설도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를 분양 예정이며 총 2043가구 규모다. 인천 부평구에선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이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이 총 2475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전용면적 39~96㎡ 1248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 전세가 상승 압력 현실화…수요자 체감도↑

공급 감소는 곧바로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앞서 전날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는 2519만 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71만원 상승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 지역 아파트 매매가 평균(2260만원)보다도 높은 수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급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전세 가격 상승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청약 대기 수요와 신축 선호 현상이 강한 수도권에서 이러한 현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 정부·건설업계, 하반기 공급 확대 방안 주목

건설업계에서는 공급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후속 대책과 건설사들의 분양 일정 재조정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규제 완화 기조가 맞물리면 하반기 분양 시장의 반등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공공공사 확대나 금리 인하가 병행될 경우 회복의 단초가 보일 수 있다"며 "산불 피해 복구 등으로 추경이 편성되면 지방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장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유동성 위기 대응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