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사업자가 교육청의 기부채납 요구에 떠밀리듯 수용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과도한 부담이 분양가를 높이고 사회적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대한주택건설협회는 “기준 없는 학교시설 기부채납 관행이 주택공급의 복병이 되고 있다”며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이사회 모습. (사진=대한주택건설협회)
협회에 따르면 오는 6월21일부터 학교용지부담금 요율이 0.8%에서 0.4%로 인하되고, 적용 기준도 100세대에서 300세대로 완화되지만, 교육청과 기부채납 약정을 체결하는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과도한 부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과정에서 교육청 협의가 사실상 필수 요소로 작용하면서 학교 측이 학부모회나 총동문회 등을 통해 증축이나 시설 요구를 전달하는 일이 잦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이러한 요구가 법정 학교용지부담금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임에도, 사업자들이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을 우려해 이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예로, 경북의 한 1000세대 규모 사업장은 약 63억원의 부담금 대신 115억원 규모의 기부채납 약정을 체결했고, 대전 지역에선 법정 기준 33억원의 13배가 넘는 450억원을 약정해야만 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이천 안흥지구 2730세대 공동주택 사업장도 260억원 규모의 기부채납 협약을 맺고 이행보증서를 교육청에 제출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주건협은 이 같은 관행이 고분양가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실제 학생 수요가 착공 이후 급감하면서 빈 교실을 양산해 사회적 비용 낭비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경기 이천시 백사지구 사례에서는 교육청이 초등학생 400명, 중학생 168명을 예상해 총 26학급 증축을 요구했으나, 실제로 입주한 1블록 기준 유입 학생은 초등학생 30명, 중학생 10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기준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4년 지방교육재정 분석에 따르면, 2019~2021년 개교한 전국 217개교 중 19곳이 학생 과소수용 상태였다. 이는 교육청이 유사 지역 통계에만 의존해 학생유발률을 산정한 데 따랐기 때문. 실제 수요와의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교육청도 입주시점 기준의 학급 수 조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나,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기존 협약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결과가 확정되면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정부가 지난 2023년 9월 발표한 ‘학교시설 기부채납 기준’ 마련 계획이 아직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청 요구가 법정 부담금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은 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하도록 하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학급 수 조정 기능을 부여해 입주시점의 실제 학생 수에 따라 조정 가능한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협회 관계자는 “사업자와 교육청 간 기부채납 갈등을 줄이고 수요에 맞는 학교시설 확보가 가능하도록 현실적이고 투명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교육청도 학급 수 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협의가 가능한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