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재건축 시장에서 강남권 대어로 꼽히는 송파 한양 2차 아파트가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유찰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갑작스러운 불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양강 구도로 인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고 양측은 최근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수주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5일 조합에 따르면, 전날 있었던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에서 GS건설만 참여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은 불참을 선언하면서 단독 참여로 규정상 유찰 처리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GS건설이 불법 홍보 의혹이 있다"며 GS건설의 입찰 자격 논란이 일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결국 발을 뺀 것이다.
송파한양2차 단지 모습. (사진=HDC현대산업개발)
■ GS건설의 조합원 '개별 접촉' 불법 홍보 논란 일어
논란의 발단은 GS건설의 조합원 개별 접촉 행위가 있었다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장이다. 송파구청 등에 따르면 GS건설 측 인사가 일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인근 식당에서 시공사 간담회를 명목으로 개별 홍보를 진행한 정황이 주민 제보와 현장 사진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제10조 등 관련 법규상 시공사 조합원 개별홍보 금지 규정에 위배되는 사안이다. 송파구청은 조합과 GS건설 측에 사실관계 확인 공문을 발송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GS건설의 개별 홍보 행위가 적발돼 조합에 해당 건설사의 입찰 자격 적격 여부 검토를 공식 요청했다"며 "이번 입찰에는 이런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불참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실제 입찰지침을 위반한 시공사의 경우 납부한 보증금 600억원 전액이 조합에 귀속될 수 있는 등 책임이 크다.
하지만 GS건설은 입찰 지침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입찰 지침을 준수해 참여했고 의혹 관련 자료도 제출했다. 송파구의 지침과 조합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 송파한양2차, 사업비 6800억대 '강남권 재건축 대어'…양측 수주전 치열
송파 한양 2차 아파트는 1984년 준공된 10개 동 744가구 규모의 노후 단지다. 이번 재건축으로 지상 최고 29층, 15개 동 1346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약 6856억원에 이른다. 3.3㎡(평)당 790만원이 책정돼 있다. 단지는 송파역(8호선)과 송파나루역(9호선)이 가까운 더블 역세권에 위치하고 초·중·고교와 각종 공공시설, 상업 편의시설도 밀집한 강남권 알짜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GS건설은 입찰 마감 전 수주 의지 표명을 위해 입찰 보증금 600억원을 전액 납부한 상태다. 자이 브랜드 파워와 생활밀착형 기술과 삼성물산 리조트협력 프리미엄 조경 패키지, LX하우시스 공동 개발 층간소음 저감 바닥구조, 스마트 헬스케어 및 비대면 진료 시스템, 멘탈케어와 휴식 가전 연계 종합 웰니스 솔루션 등 첨단 설계안을 제안했다. 설계 부분에서도 영국 어반에이전시(UA), 에이럽(Arup) 등 글로벌 조경 및 엔지니어링 업체와 협업해 차별화 전략을 제시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최근까지 인공지능(AI) 기반 주차로봇 파키와 협업해 주차장에 로봇 자동주차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조합에 제시했다. 또한 롯본기힐즈 조경을 담당했던 일본의 세계적인 조경 디자인그룹 '타운스케이프'와도 손을 잡았다. 또 조경 집 안에서 가능한 종합 헬스케어, AI홈에이전트 기반 스마트 주거 솔루션 등 참신한 기술력을 제안해왔다.
그러다가 이번 사태로 HDC현대산업개발은 GS건설의 조합원 개별 접촉 등 불법 홍보 의혹과 관련 공식적으로 조합에 입찰 자격 적격 여부 검토를 요청하고 입찰 불참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입찰 무효 여부는 조합 대의원회에서 송파구청의 최종 결정되는데, 만약 입찰이 무효 처리되면 GS건설은 입찰 자격이 박탈돼 재입찰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고 수주전에서 HDC현대산업개발에 유리한 상황이 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HL로보틱스와 협업해 송파한양2차에 적용할 AI 기반 자율주행 주차로봇 '파키(parkie)' (사진=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아파트 통합서비스 앱 '자이홈'에 '솔닥(SOLDOC)과 제휴를 통해 업계 최초로 비대면 원격 진료 서비스 시연 모습. 송파한양2차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제시했다. (사진=GS건설)
■ 올해 11월 시공사 선정 지연 전망…개포우성7차 삼성·대우도 불법 홍보 논란 비방전
현행 도시정비사업 규정상 입찰에 2개 이상의 건설사가 참여해야만 유효한 경쟁입찰로 인정된다. 단독 입찰로 유찰된 경우 조합은 재입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고 두 번 연속 유찰 시 수의계약 전환이 가능하다.
조합은 이번 유찰로 시공사 선정이 지연될 전망이다. 본래 올해 11월 총회를 통해 최종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유찰로 사업에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조합은 송파구청 의견을 반영해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건설사들이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정비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때문에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면서 조합원 개별접촉이나 불법 홍보행위 적발 사례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서도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불법 홍보행위 등을 지적하며 서로 비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강남구청은 양 건설사에 불법, 허위, 과장 홍보나 상대 비방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건의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개별 홍보 등으로 입찰이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조합이나 시공사 모두 자체 감시와 제도적 개선 없이는 사업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