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연 포스터
공연계에는 두 가지 변화가 포착됐다. 먼저 작년 초반 미투 열풍 이후 대학로에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된 작품들이 늘어났고, 올해는 그 경향이 더욱 공고해졌다. 또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배우와 관객이 하나 되어 즐기는 이머시브 공연의 시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투 열풍 이후의 변화, 젠더프리 캐스팅 잇달아
미투 열풍 이후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된 작품은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난설’ ‘테레즈 라캥’ ‘마리 퀴리’ ‘낭랑긔생’ ‘섬: 19333~2019’ 등이 대표적이다.
또 대학로 소극장 연극의 흥행을 이끈 ‘오펀스’는 정경순, 최유하, 최수진 등 여성배우들로 구성된 조합으로 남성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전복시키고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동명 여성주의 소설을 각색한 김수정 연출의 연극 ‘이갈리아의 딸들’은 여자가 아이를 낳고 사회 활동을 하며 남자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당연한 나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도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전복시키면서 지금 우리가 겪는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담아냈다.
성전환·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인 연극 ‘후회하는 자들’도 지난 25일까지 공연됐고, 드랙퀸을 소재로 한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도 현재 공연 중에 있다. 공연계에서는 내년에도 젠더프리 캐스팅을 내세운 공연들이 다수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공연 포스터
◆무대와 객석의 경계 사라진다
배우와 관객의 구분을 없앤 관객 참여형 공연인 ‘이머시브’ 극도 화제다. 11월 공연한 연극 ‘로마비극’은 네덜란드 인터내셔널 씨어터 암스테르담의 이보 반 호브 연출작이다. 무대와 객석 구분 없이 관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관람하고, 공연 사진을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공연을 보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구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11월 초까지 소극장 판 무대에 오른 국립극단 ‘까마귀의 눈’은 연출가가 무대에 올라 배우들에게 행동과 대사를 제시하는 즉흥극의 형태를 선보였다. 특히 관객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배우들의 동선을 자유롭게 따라다니며 배우 사이에서 연기를 지켜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21일 개막한 작가 F. 스콧 피츠 제럴드의 유명한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는 관객 참여형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1920년대 미국의 화려한 황금기이자 재즈시대를 느낄 수 있도록 재현된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직접 소통하며 현장성과 즉흥성을 추구하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작품은 기본적인 스토리를 원작과 동일하게 유지하며, 다양한 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서사를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각색했다. 관객은 개츠비 파티의 손님으로 초대돼 무대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춤을 추고, 또 개츠비 티파티 준비를 돕는 등 공연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