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관공서나 병원 등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본인의 나이가 몇 살인지 헷갈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외국인을 만나 나이를 얘기할 때도 한국식 나이와 만 나이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애를 먹은 적도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나이 셈법과 공공에서 쓰는 나이 셈법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불필요한 혼선을 없애고 글로벌 기준에 맞춰 ‘만 나이 통일’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 대선 후보가 ‘만 나이 통일’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나이만큼 복잡한 게 바로 열두 띠의 시작 기준이다. 우리나라에선 양력 기준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호랑이 사진이 올해 1월 1일자 신문 1면을 장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호랑이 가족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음력 설 이전에 출산을 앞둔 부모 입장에서는 아기의 띠가 무엇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통상적으론 음력 생일에 맞춰 띠를 맞춘다. 우리나라 천문을 주관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월별 음양력’엔 음력 설인 2월 1일을 임인년(壬寅年)의 시작으로 표시하고 있다.
띠의 시작이 양력이냐 음력이냐 정도면 복잡한 일도 아니다. 명리학자들은 ‘입춘(立春)’을 띠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도 우리나라 전통 태음태양력에 따라 입춘을 띠의 시작으로 본다.
입춘은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24절기 중 첫째 절기로 말 그대로 봄이 들어서는 날이다. 24절기는 음력과 날씨가 맞지 않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3천년 전 처음 고안됐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기에 도입돼 이후부터 농사를 짓는데 널리 사용됐고 일본, 베트남에서도 쓰이고 있다.
입춘을 맞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며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입춘방(立春榜)이다. 입춘 아침 시골집 대문 등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입춘을 맞아 크게 길하다) 건양다경(建陽多慶, 밝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 같은 글귀들을 볼 수 있다.
이외에 한지를 마름모꼴로 세워 ‘용(龍)’자와 ‘호(虎)’자를 크게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액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엔데믹(계절성 풍토병)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신호라며 일상 회복의 희망을 찾기도 한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 몇몇 유럽 국가들은 오미크론과의 공존을 선언하며 방역규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다소 이를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 팬데믹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신호다.
마침 2월4일이 입춘이다.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해 봄의 시작을 맞아 건강하고 밝게 웃는 일상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