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주택이 밀집한 한남2구역의 모습.재개발 사업으로 최고14층 높이의 1537가구가 들어선다. (사진=정지수 기자)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공사비가 3.3㎡당 770만원으로 잠정 책정됐다. 이미 대형건설사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던 사업지이나 높은 공사비 책정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이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공사비 입찰 예정 가격을 3.3㎡당 770만원으로 정했다. 이에 따른 총 공사비는 7700억원이다. 조합은 대의원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입찰 예정가를 확정한다.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에 최고 14층 공동주택 30개동과 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총 세대수는 1537가구이며 한남 뉴타운 중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가장 가깝다.
한남2구역의 공사비는 한남3구역이 2년 전 시공사 입찰을 냈을 때 제시된 공사비인 589만원보다 높다. 이는 최근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동반 상승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사비 갈등으로 이미 다수의 정비사업지가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거나 사업이 지연되기도 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이미 3.3㎡당 공사비를 700만원 이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종로구 사직2구역 재개발사업이나 정릉골 재개발 사업은 최근 3.3㎡당 공사비를 각각 770만원, 74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한남2구역 조합도 최근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공사비 책정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가견적가라 불리는 적산가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조합은 전문업체에 적산격적비를 지불하고 적산가격을 받은 뒤 다른 사업지 조합들의 공사비 등과 비교해 가격을 낮춰 공사비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사비가 낮을 수록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낮은 공사비로 시공사 선정에 문제가 생기는 등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낮은 공사비가 오히려 조합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업계에서는 조합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향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높은 공사비로 시공사의 부담은 덜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조합에서도 사업을 서두르는 느낌"이라며 "적산가 그대로라면 공사비로 인한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어 건설사 입장에서도 더욱 매력있는 사업지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남2구역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물밑작업을 벌이며 '별들의 전쟁'을 예고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책정과 별개로 고려해야할 여러가지 구체적인 조건은 8월 열릴 현장설명회에 알 수 있다"라며 "실제 입찰에 어떤 건설사가 나설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설명회에 대형건설사가 운집하는 것은 기정사실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