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 본관.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로 공공주택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민간 건설사들이 원자잿값 상승과 자금 조달 환경 악화로 신규 착공을 주저하는 분위기에 이 사태로 인해 더 얼어붙었다. 몇 년 뒤에 공급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H는 17일 해명자료를 내고 "도심복합 사업 기본 설계 업체 선정은 LH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도심복합사업 선도사업지 6곳 중 5곳의 기본설계에 LH 전관업체 참여가 확인됐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이다.
LH 전관업체로 지목된 서울 도심복합사업 선도지구는 6곳 가운데 ▲증산4구역 ▲신길2구역 ▲연신내 ▲쌍문역 동측 ▲쌍문역 서측 등 5곳이다. 해당 선도지구 기본설계 업체 다수에 LH 출신 임원들이 재직 중이라는 것. 앞서 지난 15일 국토교통부는 LH에 전관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 중단을 지시한 바 있다.
LH는 해당 업체 선정에서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LH 측은 "도심복합사업 선도사업지 6곳의 설계공모는 ‘한국건축가협회’가 공고·심사 등 설계공모의 모든 과정을 주관하고, 관계기관·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설계공모위원회’가 공모 과정을 관리했다"며 "LH의 관여 없이 공모과정의 외부기관 위탁 및 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설계공모 당선업체가 선정됐다"고 해명했다.
LH는 도심복합사업 관련해 전관예우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논란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후폭풍은 지속될 전망이다. LH의 또다른 주요 공급 사업인 공공재개발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나온다.
공공재개발은 오래 정체된 사업지에 LH와 같은 공공기관이 시행자로 참여해 용적률 완화나 분양가상한제 예외 등의 혜택을 통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대신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하고 주택의 절반 이상을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한다.
지난해 공공재개발 사업지 후보로 선정된 광명3구역은 상가 일대에서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기에 철근 누락 사태로 인한 LH의 신뢰도 하락과 같은 악재는 반대파의 목소리를 더욱 키울 수 있다.
LH 관계자는 "일부 사업지에서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현재까지는 정해진 기간에 맞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공주택 공급 위기 대두에 공급 대란 우려
민간 건설사의 전국 상반기 착공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가량 감소한 5만8475호이다. 민간 건설사가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자금조달 환경이 나빠지면서 착공을 기피하고 있는 탓이다.
향후 몇년 뒤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공급난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를 일부 불식시킬 공공주택 공급도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이 예고됐다. 올해 상반기 집계된 공공분양 착공 실적은 1713호에 그쳤으며 인허가 실적도 7350호 수준에 머물렀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3%, 43%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임기 5년 내 공공주택 50만호 공급의 핵심인 3기 신도시 공공분양 '뉴홈' 사업에 원활한 진행도 장담하기 어렵다. LH가 주도적으로 '뉴홈' 정책에 힘을 쏟아야하지만 경찰 수사와 조직 개편 압박 등으로 추진력을 얻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이 LH의 일부 물량을 소화하는 시나리오도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LH는 기존 사업에 원활한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공공주택 공급 물량의 절대 다수가 3기 신도시에서 나오는데 보상이나 이런거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고 토지 보상율이 100% 넘은 곳도 많다"며 "조성공사 건축공사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정해진 기간 내에 정해진 절차에 맞춰서 사업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