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건설이 수주한 서울 ‘면목동 194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투시도(자료=DL건설)
중견 건설사들이 서울 소규모 재건축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부동산 침체기에 대형 건설사들의 발길이 끊긴 틈새시장인데다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지라는 판단에서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이 지난 10일 시흥5동1구역 919번지 일원 가로주택 정비사업에 단독입찰했다.
쌍용건설의 이번 투찰은 지난해말 글로벌세아에 인수된 이후 첫 정비사업 도전이다. 쌍용건설이 단독으로 입찰하면서 경쟁입찰 요건이 갖춰지지 않자 조합은 오는 19일 2차 현장설명회를 열고 내달 9일 입찰을 마감한다.
시흥5동1구역 919번 일원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금천구 시흥5동 919 일대 대지면적 1만397㎡에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해당 사업지는 앞서 지난달 18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쌍용건설을 포함해 현대건설도 참석하며 입찰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수주전에 집중하기 위해 입찰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한화 건설부문 ▲금호건설 ▲DL건설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우미건설 ▲대방건설 ▲일성건설 등 다수의 중견 건설사가 관심을 나타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수주 의지를 갖고 2차 현설과 입찰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 외에도 중견 건설사의 서울 내 가로주택 사업 수주 도전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코오롱글로벌과 DL건설은 모아타운을 추진 중인 가로주택 사업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오는 14일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된 천호동 107-33·110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 확보가 예상된다. 코오롱글로벌은 모아타운 1호 시범 단지인 강북구 번동 일대 가로주택 정비사업에서 1~9구역을 모두 품었다.
DL건설도 중랑구 면목동 모아타운 3곳의 사업지를 따내면서 'e편한세상' 브랜드 타운 조성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 망포구 망원동 일대 가로주택 정비사업과 강동구 암사동 일대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상반기에 따냈다.
대보건설도 서울 구로 동양연립과 같은 서울 내 소규모 재건축 사업 일감을 확보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견 건설사의 이 같은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장 확보는 최근 주택 시장 침체에 따라 대형건설사의 소극적인 도시정비사업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형건설사는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활황기에 대어급 도시정비사업지는 물론 소규모정비사업까지 물량 소화에 나섰다. 특히 서울 내 정비사업지는 소규모여도 사업성이 좋다는 판단에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섰고 상대적으로 중견 건설사의 입지가 좁아졌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까지도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형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 기조가 선별 수주로 바뀌었다. 중견 건설사들은 정비사업에서 경쟁 부담이 덜해진 셈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 지역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에서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대형 건설사의 입찰이었다"라며 "중견 건설사도 주택 수주에 있어서 원자잿값 상승으로 선별 수주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형 건설사와 경쟁을 피할 수 있다면 가로주택 사업을 포함한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지는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에 수주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