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사업 현장. (사진=연합뉴스)
대형건설사가 수주고를 늘리기 위한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그동안 경쟁 입찰 없이 잠잠했던 도시정비사업 수주 시장에서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여기에 그동안 미뤄진 시공사 선정이 연말에 몰리면서 최소한의 주택사업 먹거리 확보에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 입찰 마감 결과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응찰해 경쟁 입찰이 성사됐다.
안산주공6단지재건축은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일대의 주공6단지아파트를 허물고 최고 36층, 9개동, 1017세대로 다시 짓는 사업이다. 한국토지신탁·무궁화신탁컨소시엄이 사업 시행자로 나선 신탁 방식 사업지다.
신탁사는 오는 23일 전체 소유주 회의에서 소유주 투표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3건, 1조1157억원에 그치고 있는 만큼 안산주공6단지 수주전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여의도 공작아파트와 함께 안산주공6단지를 수주하면서 주택사업 먹거리 확보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안산주공6단지 수주전에서 사업지 인근에 푸르지오 단지를 다수 시공한 만큼 일대에 기조성된 브랜드타운 효과를 강조할 수 있다.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4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리고 있는 포스코이앤씨는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에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내놓았다. 분양 수익은 높이고 금융 비용은 낮추는 방식으로 소유주 세대당 7억2000만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포스코이앤씨의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착공 후 17개월까지 공사비를 받지 않겠다는 공사비 유예제 제안으로 공사비가 아닌 사업비에 먼저 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해 금융비용 절감이 가능하게 한다.
포스코이앤씨가 안산주공6단지 수주전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면서 수주전에 사활을 걸면서 현대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위협에 대한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당초 양사의 도시정비 수주 왕좌 경쟁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수주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였으나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업 절차 하자 문제 등으로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에 제동을 걸었다.
현대건설은 3조216억원의 도시정비 신규 수주로 포스코이앤씨의 뒤를 쫓고 있다. 수주액수 차이가 적지 않지만 현대건설은 ▲평촌 한가람 세경아파트 리모델링 ▲서울 응봉1구역 재건축 ▲부산 초량2구역 ▲평촌 공작부영 리모델링 등에 단독 입찰하면서 시공사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연말에 모두 수주가 이뤄진다면 1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쌓을 수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올해 주택사업에 '넥스트홈'을 앞세운 래미안으로 막바지 도시정비사업 수주 확보가 예상된다.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단독 입찰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따낸 상황이다.
DL이앤씨도 도시정비사업 선별 수주 기조 속에 수주액이 1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추가 먹거리 마련이 기대된다. 두산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루고 대전 대덕구 대화동2구역에 두 차례 단독 입찰에 나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연말에는 시공권을 확보할으로 예상된다.
올해 1조원 미만에 도시정비수주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룬 평촌공작부영 수주 등을 통해 1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사업을 확대하면서 2021년과 2022년 모두 2조원 이상의 수주액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로 일정이 지연된 일부 도시정비사업지가 시공사 선정을 속속 마무리하고 있다"면서 "사업지 수주가 모두 이뤄지더라도 예년과 비교했을 때 도시정비수주액이 크게 늘어나는 건설사는 삼성물산 정도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