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경쟁 입찰 성사 기대를 모았던 수도권 내 도시정비 대어급 사업지가 줄줄이 유찰됐다. 유동성 위기와 원자잿값 인상 등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탓에 건설사들이 움츠리고 있어서다. 건설사들은 출혈 경쟁을 피하고 컨소시엄 형태로 응찰에 나서는 등 힘을 합치는 모양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입찰을 마감한 경기도 군포시 금정역 역세권 재개발 사업에는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이뤄 단독 응찰했다. 주관사는 DL이앤씨다.
금정역 역세권 재개발 사업은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1028번지 일원 구역면적 5만8139㎡ 대상으로 공동주택 1441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한국토지신탁이 사업 시행을 맡았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조건들이 맞는다면 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이후 11월 중에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업은 지난 7월 1차 현설에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해 총 9개 건설사가 자리해 경쟁 입찰 가능성을 키웠으나 입찰 마감일까지 무응찰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1일 2차 현장설명회에는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만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4일 경기 군포시 금정역 일대 산본1동1지구·2지구 재개발사업도 각각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산본1동1지구는 지하 4층∼지상 35층 높이의 아파트 2021가구 규모이며 2지구는 지하3층~지상36층 높이의 아파트 8개동 963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다. 두 사업지 모두 대단지급 사업지이나 건설사의 단독 입찰로 마무리됐다.
준강남 입지인 과천 내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사업도 사업지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일부 건설사들이 발을 빼고 있다. 삼성물산이 해당 사업지 입찰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경쟁사로 유력했던 DL이앤씨와 롯데건설 모두 투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정비사업 격전지로 꼽힌 여의도에서도 유찰 사례가 나왔다.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대우건설의 단독 입찰로 유찰됐으며 지난 4일 2차현장설명회에도 대우건설과 동부건설 등 2개 건설사만 참석했다. 대우건설의 수의계약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신중한 정비사업 수주 양상은 자금 조달 상황이 여의치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71.0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CBSI가 기준선이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달 신규수주 BSI는 71.4로 전월보다 3.2p 감소했는데 공종 중에 주택수주 BIS가 전월 대비 7.8p 하락한 61.4를 기록했다. 자금조달 BSI는 올해 들어 가장 부진한 68.3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대비 4.9p 하락한 수치다.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 상승 등에 따라 PF 대출 채무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남5구역과 개포주공5단지 등 일부 대형 정비사업지가 남았으나 이들 외에는 눈에 띄는 경쟁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최근 조합에서는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이 많아지면서 컨소시엄 불가에서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입찰 참여를 유도하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