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주택사업이 위기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 등 외부적 요인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 부동산 호황기에 무리하게 늘린 사업 규모는 부메랑이 됐고 중대재해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에서 현장 안전 관리 실패 등 내부적인 문제도 노출됐다. 서울의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정지수 기자) ■ 워크아웃에 기업회생…금리 오르고 자금줄 막히자 주택사업 '부메랑'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부동산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뇌관이 결국 연말에 터졌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에 해당하는 대형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978억원으로 흑자 경영을 이어갔으나 부동산 PF 부실 등으로 478.7%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대두된 이유는 저금리 시기에 개발사업을 포함한 주택사업을 무리하게 수주하면서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사업성이 비교적 낮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자금조달이 원활했던 탓에 사업 진행에 무리가 없었으나 금리가 오르고 분양 경기가 나빠지자 자금줄이 막혔다. 태영건설의 매출 구조는 자체개발을 통한 분양 매출과 건축공사 매출이 대부분이다. 해당 부문 매출액은 1조8571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7.7%에 달한다. 금리 인상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는 더욱 어려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에서 PF를 줄여나가던 단계였는데 앞으로는 더 타이트하게 관리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브릿지론 단계에서 엎어지는 경우도 많아질텐데 대형건설사보다는 주택에 주력한 중견건설사들은 타격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지방 중소형 건설사들의 도산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부도가 난 건설회사는 총 19곳에 달한다. 종합건설사의 자진 폐업신고 수도 567건으로 전년(362건) 대비 55% 늘었다. 특히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 기준 100위 내에 건설사인 대우산업개발(75위)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외에도 대창기업(109위), 신일건설(113위)도 기업회생에 돌입했다. 다만 정부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은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한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의 재무적 어려움은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과 과도한 부채비율 및 PF 보증(3.7조)규모 등에 의한 것으로 다른 건설사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불안심리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건설업 지원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은 자체 사업 비중과 부채 비율이 높다"며 "자기자본 대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도 커 태영건설 특유의 문제인만큼 건설업 전반의 문제로 보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 자재비 오르고 현장 리스크 터지고…분양 눈치보기에 수주도 보수적 원자잿값 인상으로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일부 대형건설사의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DL이앤씨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4.3% 수준이다. 주택원가율이 93%까지 치솟은 탓이다. DL이앤씨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주택사업 비중은 66.5% 수준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원가율이 96.1% 수준에 달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70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9%에 불과했다. 포스코이앤씨도 매출원가율이 94%를 웃돌 영업이익률이 2.3%에 그치는 등 수익성 제고에 애를 먹었다. 공사비는 치솟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도 원활하지 않았다. 건설사들은 미분양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면서 올해 계획한 분양 물량에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부동산R114에 조사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의 올해 분양계획물량은 18만2885가구였으나 실제 공급 물량은 47%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사업에서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꼽히는 도시정비사업 수주도 훨씬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올해 10대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총액은 17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만 신규 수주로 41조가 넘은 액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줄어든 숫자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에 따른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에 GS건설이 시공을 담당한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현장에서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시공사인 GS건설에는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이 내려질 가능성도 나온다. 국토부는 내년 1월 중순께 GS건설에 대한 처분을 확정할 전망이다. 그동안 건설사의 수익성을 견인한 주택사업이 오히려 원가율 상승과 PF 리스크 등으로 실적과 재무구조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 건설업은 주택가격 상승 및 기성증가에도 불구하고 원가 수준이 여전히 높고 PF리스크도 재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주택경기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PF 차환시 건설사의 신용보강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 매수 관망세가 장기화된다면 준공 후 미분양이 더욱 확대돼 건설사 운전자본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결산] ②워크아웃·줄도산·붕괴사고…'내우외환' 주택사업

건설사 유동성 확보 어려워…종합건설사 자진 폐업신고 수↑
태영건설 워크아웃…정부, 건설업계 전반에 불안감 확산 차단 주력
원자잿값 상승에 주택 중심 대형건설사도 실적 부진…수주도 보수적

정지수 기자 승인 2023.12.28 14:53 의견 0

건설사들의 주택사업이 위기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 등 외부적 요인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 부동산 호황기에 무리하게 늘린 사업 규모는 부메랑이 됐고 중대재해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에서 현장 안전 관리 실패 등 내부적인 문제도 노출됐다.

서울의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정지수 기자)

■ 워크아웃에 기업회생…금리 오르고 자금줄 막히자 주택사업 '부메랑'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부동산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뇌관이 결국 연말에 터졌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에 해당하는 대형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978억원으로 흑자 경영을 이어갔으나 부동산 PF 부실 등으로 478.7%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대두된 이유는 저금리 시기에 개발사업을 포함한 주택사업을 무리하게 수주하면서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사업성이 비교적 낮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자금조달이 원활했던 탓에 사업 진행에 무리가 없었으나 금리가 오르고 분양 경기가 나빠지자 자금줄이 막혔다.

태영건설의 매출 구조는 자체개발을 통한 분양 매출과 건축공사 매출이 대부분이다. 해당 부문 매출액은 1조8571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7.7%에 달한다. 금리 인상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는 더욱 어려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에서 PF를 줄여나가던 단계였는데 앞으로는 더 타이트하게 관리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브릿지론 단계에서 엎어지는 경우도 많아질텐데 대형건설사보다는 주택에 주력한 중견건설사들은 타격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지방 중소형 건설사들의 도산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부도가 난 건설회사는 총 19곳에 달한다. 종합건설사의 자진 폐업신고 수도 567건으로 전년(362건) 대비 55% 늘었다.

특히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 기준 100위 내에 건설사인 대우산업개발(75위)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외에도 대창기업(109위), 신일건설(113위)도 기업회생에 돌입했다.

다만 정부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은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한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의 재무적 어려움은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과 과도한 부채비율 및 PF 보증(3.7조)규모 등에 의한 것으로 다른 건설사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불안심리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건설업 지원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은 자체 사업 비중과 부채 비율이 높다"며 "자기자본 대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도 커 태영건설 특유의 문제인만큼 건설업 전반의 문제로 보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 자재비 오르고 현장 리스크 터지고…분양 눈치보기에 수주도 보수적

원자잿값 인상으로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일부 대형건설사의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DL이앤씨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4.3% 수준이다. 주택원가율이 93%까지 치솟은 탓이다. DL이앤씨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주택사업 비중은 66.5% 수준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원가율이 96.1% 수준에 달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70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9%에 불과했다. 포스코이앤씨도 매출원가율이 94%를 웃돌 영업이익률이 2.3%에 그치는 등 수익성 제고에 애를 먹었다.

공사비는 치솟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도 원활하지 않았다. 건설사들은 미분양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면서 올해 계획한 분양 물량에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부동산R114에 조사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의 올해 분양계획물량은 18만2885가구였으나 실제 공급 물량은 47%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사업에서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꼽히는 도시정비사업 수주도 훨씬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올해 10대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총액은 17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만 신규 수주로 41조가 넘은 액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줄어든 숫자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에 따른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에 GS건설이 시공을 담당한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현장에서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시공사인 GS건설에는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이 내려질 가능성도 나온다. 국토부는 내년 1월 중순께 GS건설에 대한 처분을 확정할 전망이다.

그동안 건설사의 수익성을 견인한 주택사업이 오히려 원가율 상승과 PF 리스크 등으로 실적과 재무구조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 건설업은 주택가격 상승 및 기성증가에도 불구하고 원가 수준이 여전히 높고 PF리스크도 재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주택경기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PF 차환시 건설사의 신용보강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 매수 관망세가 장기화된다면 준공 후 미분양이 더욱 확대돼 건설사 운전자본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