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의 65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모형도 (사진=HD현대중공업)
방위사업청이 군사기밀 유출 관련 법원 판결을 받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사업 입찰 참가제한 제재 대신 행정지도를 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국내 군함 관련 입찰에 참여가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은 27일 오후 열린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는 ‘행정지도’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오 4호 상 계약이행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했다.
이어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에 제재 처분을 할 수 없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했다. 이들 직원 9명은 지난 2012~2015년 기간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탐지·수집하고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한 혐의를 받고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군사기밀 유출 사고로 방사청 입찰 때 보안 감점 1.8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입찰 참가 제한까지 받으면 일정 기간 국내 해군 함정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한화오션이 독점적으로 수주하게 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방사청 입장에선 결정이 쉽지 않은 부분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있을 KDDX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 등의 입찰 등 국내 군함 수주에 참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사청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국내 함정산업 발전과 해외수출 증대를 통해 국내 방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경쟁사인 한화오션은 사안에 비해 제재가 약하다며 재심의 등을 촉구했다. 한화오션측은 "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로 간주하며, 이에 따라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