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관련 임원 개입에 대한 수사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전날 요청한 데 대한 기자설명회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진행하고 있다. (사진=손기호 기자)
“단순 경쟁사 다툼 수준이 아니다. 수년간 불법으로 비인가 취득이 자행된 중대한 국가안보 사안이다.”
5일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관련 임원 개입에 대한 수사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전날 요청한 데 대한 기자설명회에서 이처럼 밝혔다. 이날 한화오션 측에선 컴플라이언스실 구승무 사내변호사, 율촌 정원 변호사, 특수선영업담당 배선태 수석이 참석했다.
구 변호사는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했고, 어제 한화오션은 경찰 국수본에 고발장을 제출했다”며 “단순 경쟁사 간 다툼으로 잘잘못을 따지는 수준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시작했다.
그는 “수년간 불법 비인가 취득은 중대한 불법행위이자 보안사고임에도 상응하는 조치 없이 사업 수행이 지속되면 유사한 행위가 반복될 것”이라며 “국가기밀 등 국가안보에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한화그룹 컴플라이언스실 구승무 사내변호사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관련 임원이 개입했다며 수사 기록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기호 기자)
■ 한화오션 “임원 개입 여부 경찰 수사 요청…향후 방사청 입찰제한 재심의 요청”
한화오션이 이처럼 경찰 고발에 나선 것은 앞서 방사청이 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관련 입찰제한을 위한 계약심의위원회에서 입찰 제한 대신 ‘행정지도’ 결정에 그친 데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변호사는 “방사청이 국가계약법 27조1항4호에 따라 위반 행위가 종료된 후 5년이 지난 경우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고 했고, 청렴서약 위반 성립 여부도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라 대표나 임원 개입이 확인되지 않아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최근 방사청 심의 결과를 언급했다.
이어 “방사청은 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관련 사항을 2018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며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서 제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듣고, 임원에 대한 형사처벌이 있어야 제재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 변호사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경찰 수사에서) 임원이 형사처벌 되면 방사청에 (입찰 제한 관련) 추가 재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조사 기록 들어 임원개입 정황 설명…“‘부서장, 중역 결제했나’에 ‘예’라고 답해”
구 변호사는 그간 국군 기무사, 군 검찰 등의 수사 기록을 화면에 띄우고 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탐지 및 수집 관련 임원이 개입한 정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구 변호사는 “2020년 9월에는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기소됐고, 2022년 11월에는 1심에서 직원 8명이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면서 “하지만 2023년 5월 대우조선해양은 판결문 열람제한을 받으면서 제재 신청 자체가 불가했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1심 판결문의 17쪽 수사보고서를 보면 ‘000 서버 운용솔루션과 유지보수 업체 000 확인’,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비공개 000서버 지속 운용 사실 확인’이라고 되어 있다”며 “이 판결문 14쪽 일부에는 이메일 내용으로 ‘전반적으로 000 전략이 사업추진전략 수립 시부터 반영되어 있어 보인다. 내용 보신 후 메일 삭제하기 바란다’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했다.
또한 “수사 증거목록(2020고3 증거목록 순번 80~82)에는 ‘서버 유지보수 업체 00이 출장사무실에서 NAS 서버 운용 솔루션을 통해 접속 및 자료 기록을 통제’했다는 내용과 ‘경영지원정보부는 서버관리 및 통제 업무 수행부서이므로 본건 관련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 기록에선 현대중공업 임원이 군사기밀을 보관한 서버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있다고 구 변호사는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2020고2 증거목록 순번90’에는 ‘현대중공업 보안업무담당 국군612기무부대 반장이 HD현대중공업 보안팀장으로부터 복합기 문서 로그시스템 사용법을 설명받다가 HD현대 직원이 배치2 사업추진기본 전략을 스캔한 기록을 발견하고 군사기밀임을 감지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보안팀장 승인 아래 자료를 확보했다’는 내용도 있다”며 “임원들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18년12월17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현대중공업 직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에서도 ‘KDDX 관련 군사비밀을 불법으로 촬영하기 전 이미 내부적으로 논의했고, 불법 촬영 수집 후 출장복명서를 통해 부서장, 중역이 결제했는데 맞나’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내용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 구승무 변호사가 공개한 2018년8월2일 국군기무사령부 참고인 진술조서 (사진=손기호 기자)
임원이 해군본부를 방문한 정황도 들었다.
구 변호사는 “2018년8월2일 국군기무사령부 참고인 진술조서에서는 ‘업체 팀장급이 해군본부를 방문해 함정기술처장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건가’라는 질문에 현대중공업 직원이 ‘아니다. 저보다 직급이 높은 분을 따라서 들어가면 몰라도 혼자서 직접 만나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구 변호사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를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다”며 “회사 차원의 조직적, 계획적 범죄행위를 직원 9인에 대한 처벌로 종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업체 간 이해관계 문제가 아닌 함정 관련 국방사업의 신뢰가 걸린 중대 사안”이라며 “꼬리자르기식 은폐 시도에 정부가 면죄부를 제공하면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 HD현대중공업 “법원 판결, 방사청 걸친 종결된 사안”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경찰 고발과 관련 기자설명회에 대해 억지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주장에 불과하고,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기술개발과 수출확대를 통한 K-방산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하여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