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었던 윤석열 정권이 4·10총선에서 대패하면서 부동산 관련 대책도 구심점을 잃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동산 보유세·거래세를 낮추고 금융 및 재건축 분야에서 대못 규제들을 뽑아내 반시장적 부동산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그동안 강조했다. 하지만 제 22대 총선에서 사상 초유의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면서 부동산 규제완화를 약속했던 기존 부동산 정책들이 동력을 잃게 됐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 완화를 중점 추진했던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부동산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폐지 등이 국회의 입법적 지원 및 정책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이같은 정책들이 모두 국회, 특히 다수당을 유지한 야당의 법률 개정이란 필수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등 야권은 국회의원 의석수 300석 가운데 175석을 석권하면서 '단독과반'에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 18석 등 총 10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범야권 비례정당인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챙긴 가운데 범야권 의석은 190석에 육박하면서 정국 주도권은 또다시 야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국민의힘이 향후 4년간 야권에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게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공산이 커졌다. 무엇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방안을 총망라한 지난 1·10 대책이 국회의 입법적 뒷받침 부족으로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1·10대책의 총 77개 세부 시행 과제 중 주요한 사항 18개가 국회 통과를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관련 △안전진단 통과 의무시기 조정 △ 사업주체 구성 조기화 △신탁방식 효율화 등은 도시정비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입안한 바 있다.
아울러, △소규모 정비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는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며, △재정비촉진지구 노후요건 완화 등은 도시재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부동산 정책과 관련 야당의 윤 정권 견제는 좀 더 본격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우려다.
임대주택 규제완화 정책과 관련 △단기 등록임대 부활 △자율형 장기임대주택 도입을 윤 정부가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 민간임대주택법 특별법 개정안의 통과가 필수적이다. 이들 개정안들은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은 낮아서 결국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 역시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국회를 통과해야 시행될 수 있는 만큼 야당의 협조가 중요하다. 아울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추가 완화 또는 폐지 법안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 △임대차2법 폐지 및 축소 등도 개정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추진해왔던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는 법 개정 없이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의 경우, 현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그간 강조해왔는데, 그런 부분들이 결국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과반이상을 차지하면서 재건축 등 정비사업보다는 당장은 세입자들을 위한 관련법들이 보강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면서 "향후 부동산 규제 완화는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이 실질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전세사기 등 약자보호에 좀더 무게가 실리지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는 민간주택사업 쪽에 힘을 실어왔는데 야당에서는 공공임대 확대 기조를 그동안 보여왔다"라면서 "공급같은 경우에는 양당 모두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충족시키냐 문제에 대해선 3기 신도시 사업 진행 등에 좀더 속도가 나지않을까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