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 현장. (자료=연합뉴스)
국내 건설업체의 부도가 줄을 잇는 가운데 내년 건설경기가 더욱 침체할 것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주택시장 불경기에다 고금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진도 지속되고 있고 원자잿값 급등 등 원가부문에서 부담도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삼중고'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방 건설경기 냉각기가 계속되면서 자금경색과 건설본업 불황에 시달리던 중소건설사들이 결국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본조달 능력에서 대형건설사들에 비해 운용의 폭이 제한적인 중소사들의 타격이 직접적이다.
이를 반증하듯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 971호'에 따르면 건축 공사 위축으로 인한 건설투자 침체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2분기 불변금액(실질가격) 기준(2020년) 건설기성 데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특히 5월과 6월에 각각 3.0%, 4.6% 감소하면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했고 감소폭도 확대했다. 분기별 건설기성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건 지난 2022년 1분기 이후 2년 3개월만이다.
특히 토목 건설기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 기성 감소가 눈에 띈다.
토목 기성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7% 상승하고 2분기에도 6.3% 증가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은 대형 토목 공사 영향으로 플랜트와 조경공사 또한 양호했다는 게 건산연의 분석이다.
반면 주거용 건축 기성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으나 2분기에는 4.3% 감소했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내년에는 올해(35만6000가구) 보다 10만 가구 이상 줄어든 24만9000가구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같은 감소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또 비주거용 건축기성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 2분기에는 6.3% 감소했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상업용 건물공사도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건축 기성 침체로 건설경기의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산연은 지난해 건축 착공면적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착공이 급격히 위축된 지난 2009년(7125만㎡) 이후 14년 동안 가장 저조한 실적인 7568만㎡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년 대비로도 31.7% 급감한 수준이다.
더불어 부실 사업장 경·공매를 통한 부동산PF 사업장 구조조정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신규 건설 투자 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문을 닫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이날까지 올해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종합건설사 7개, 전문건설사 15개로 총22개다. 이는 지난해 전체 부도 업체 수인 21곳을 이미 뛰어넘었다.
고용시장에서도 건설경기 침체 여파가 감지되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 같은 건설 일자리 감소는 내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지난달 건설업 분야에서 구직급여를 받는 실업자는 7만24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 3000명이 늘었다. 전체 구직급여 지급자가 1만9000명이 늘었는데 이 중 70% 가량이 건설업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에 침체한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단계별 정책 카드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 8일 향후 6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의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는 주택공급 문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과열 방지 대책에 가깝고 단기간에 경기부양 효과에는 한정적"이라며 "단기간 효과가 있는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증가한 공사비를 적극 반영해 내년에 공공공사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확대와 함께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세부전략이 필요하다"며 "내년 경기부양을 위한 공공공사를 필요한 시기와 지역에 바로 진행하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미분양 주택 문제로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 맞춰 지역경제 침체 완화를 위한 공공공사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