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7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연합(AP))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가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세우고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면 폐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발언을 후보 때부터 했다.
IRA 세제혜택을 보고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현재로선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대응 방안으론 정부 간 협상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지역의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해 세제지원 축소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 등이 나온다.
■ AMPC 축소시 韓기업 직격탄…LG엔솔 3분기 영업익 대부분 차지
산업연구원의 최근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IRA가 폐지되거나 지원 규모가 축소될 경우, 이미 전기차 보조금 철폐와 축소 추세에 들어선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배터리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IRA 수혜 지역에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점을 고려하면 법안 폐지까지는 어려울지라도, ‘행정명령을 통한 지원 규모 축소’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시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IRA 폐지 또는 지원 규모 축소로 한국 배터리 산업의 투자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국의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구축 방향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여 공급망 다변화와 내재화 등이 대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라 배터리 셀은 kWh당 35달러, 모듈은 kWh당 1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영업이익 4483억원 중 AMPC가 4660억원을 차지할 정도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 이를 견뎌낼 주요한 혜택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AMPC를 축소할 경우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배터리 3사, 조지아·테네시 등 공장 설립…“공화당 텃밭 투자 위축 어필해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트럼프의 AMPC 축소 등이 미국 내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양국 정부의 협상 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기업들의 미국 내 주요 투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2012 가동시작), 오하이오주 GM 합작공장 얼티엄셀즈(2022), 테네시주 GM 합작 얼티엄셀즈(2023), 애리조나주 공장(2024 예정) 등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공장 현황 (자료=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와 합작 1공장이 오는 2025년 가동 예정이고, 2공장이 오는 2027년 가동 예정으로 현재 건설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SK온 조지아주 커머스 공장(2022)이 가동을 시작해 현대차와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켄터키주 포드 합작공장 블루오벌SK는 오는 2025년 상반기 가동 예정이다. 테네시주 포드 합작 블루오벌SK도 2025년 하반기 가동 예정이다. 조지아주 현대차와 합작공장도 건설 중이지만 규모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RA 관련 투자 지역의 90% 이상이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돼있다”며 “조지아도 공화당 주지사고, 캔터키, 테네시도 그렇기 때문에 지역 상원하원 의원들이 IRA 폐지나 축소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 테네시, 켄터키는 일반적으로 공화당의 강세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번 미국 47대 대선 결과에서도 이들 지역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를 이겼다.
이에 해당 지역의 투자 위축 가능성을 정부 간 협상 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대응안이 제시됐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미시간, 오하이오 등의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트럼프가) IRA 폐지나 신규 행정명령으로 혜택 축소에 대한 양국 간 협상이 진행될 때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터리 수요처 확보와 국내 보조금 지원 확대 등도 대응책으로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전기차 성장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심항공교통(UAM), 전기 선박과 같은 미래모빌리티 등으로 수요 촉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고체 및 리튬황 등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과 한국 정부의 전력·용수·인력 등 인프라 구축, 세제·보조금 지원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탈중국 정책은 국내 기업이 중국과 수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배터리 수요 위축은 있을 수 있지만, 수출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중국 대비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