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 (사진=연합뉴스)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트럼프가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 미국은 다시 강력한 자국 우선 정책을 중심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해외 수주에 고삐를 죄고 있는 건설업계는 트럼프의 재집권을 어떻게 바라볼까.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정으로 달러 강세가 예상돼 건설 사업 공사비가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책에 따른 국내외 건설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국내 건설산업의 미칠 영향으로 국내 공사비 상승과 우크라 재건 수혜, 중동 수주 축소 등을 꼽았다.
철강 등 일부 수입품목의 원가 상승과 더불어 국내 산업 전반의 수입품에 대한 수입물가 상승으로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게 엄근용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엄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할 환율 상승이 건설공사비 상승까지 이끄는 등 국내 건설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또한 국내 물가 전반에도 영향을 끼쳐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공사비 하락도 지연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 금리상승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강화 영향에서 건설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다.
지난 몇 년간 건설업계는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익성 확보에 애를 먹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 2020년 100을 기준으로 올해 4월 130.08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130 안팎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잠정집계에도 130.45를 기록하면서 전월 대비 0.73%p(포인트) 상승했다. 공사비의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상승 압력 요인이 더해진 셈이다.
■ 텃밭 줄고 신규 시장 개척할까…중동 확전 위기 속 우크라 재건 기대
해외수주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동 사태 확전에 대해 현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해 왔다.
엄 연구위원은 "이스라엘에 친화적인 중동 강경책은 중동 시장 규모가 큰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중동 긴장도가 커질 경우 중동 국가의 신규 발주 감소와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올해 중동 시장에서만 총 151억9246만 달러를 수주했다. 국내 건설사의 가장 많은 수주가 나온 지역이자 두 번째로 많은 수주를 기록한 아시아 시장(50억8810만 달러)에 비해 약 세 배 이상 많은 규모다.
반면 유럽 시장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신속한 러-우 전쟁 종식을 언급하면서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규모는 4863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유럽 건설 시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개척해야할 곳으로 꼽힌다. 친환경·에너지를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되면서 최근 원전과 모듈러 주택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으나 해외 수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올해는 유럽에서 31억1480만 달러의 신규 수주를 기록 중으로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 가량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국토부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위해 민관 합동 재건협력 대표단을 구성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바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양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6대 프로젝트(교통·스마트시티·공항 현대화·하수처리시설·철도노선 고속화)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면서 국내 기업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의 길을 넓히는데 주력했다.
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민관 협력을 통해 도로, 주택, 발전소 등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어 재건 계획이 본격화될 경우 수혜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