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배 대상 대표. (사진=대상)
“대내외 환경이 어렵지만 우리는 이러한 위기를 또 하나의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임정배 대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임직원에게 당부한 말이다. ‘위기 대응’은 임 대표가 대상 수장에 오른 이후 임직원들에게 꾸준히 주문해 온 단어다. 위기 대응 역량 강화를 바탕한 철저한 대비가 기회로 만든단 경영철학 때문이다. 임 대표의 ‘유비무환’ 정신의 ‘위기 대응’ 리더십은 대상이 지난 10여년간 대내외 경제 악재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떨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17일 대상에 따르면 임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트럼프 2.0 시대가 불러올 국제 무역 질서 급변과 내수 부진과 가계 부채 증가 등 한층 악화된 국내 경제 전망을 들며 위기를 진단했다. 임직원에게 경각심을 일깨운 뒤에는 질적 성장, 변화와 혁신, 글로벌 사업 확장 등 ‘전화위복’을 위한 핵심 실천 과제를 짚었다.
임 대표의 신년사 메시지는 그가 사령탑에 올라 대상을 이끌었던 ‘경영DNA’와 맥을 같이 한다. 실제 그는 지난 2017년 식품BU대표에 이어 2020년 단독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뒤부터 위기를 헤쳐 나갈 방안을 꾸준히 수행해 왔다. 미리 경기침체를 대비해 각 사업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경쟁사 대비 신속한 회복과 차별화를 통해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이 같은 임 대표의 ‘위기 대응’ 경영철학은 대상의 조직 변화와 혁신 뿐 아니라 시장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글로벌 성과란 결실로 돌아왔다. “불황이 모든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진 않으며 오히려 철저히 준비한 기업에 시장지위를 개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던 임대표의 ‘철저한 대비’는 실체화된 위기 상황에서 실제 성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일찍이 세운 해외사업 기둥, ‘글로벌 식탁’ 시장으로 확보
대상 LA공장 관계자들이 '종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상)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성과다. 임 대표는 경제 성장률 둔화와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성장 잠재력이 있는 해외로 시장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상 해외매출 비중은 약 33%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국내 매출이 소폭 감소하는 와중에도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등 주요 권역에서 모두 매출이 상승했다. 이에 힘입어 같은 기간 전체 실적 역시 매출 3조2105억원, 영업이익 1436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 30.3% 상승했다.
임 대표는 ‘종가’ 브랜드를 앞세운 김치 사업에 특히 공을 들였다. 임 대표가 대상 식품BU대표에 오르기 전인 2016년 종가 김치 수출액은 2900만 달러, 전체 김치 수출액에서 종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였다. 이후 대상 김치 수출액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전체 김치 수출액 상승을 견인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종가 김치 수출액은 7100만달러, 수출 비중은 58%에 육박했다. 늘어난 수요에 대응해 2022년에는 미국 LA 현지에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김치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오는 2025년에는 유럽 김치 시장에 대응해 폴란드에 신규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성과에는 ‘김치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통한 현지화 노력이 주효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임 대표의 지론이다. 대상은 ‘김치 연구소’를 중심으로 김치 유산균을 비롯해 다채로운 제품 및 유통보관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지인 입맛에 맞춘 김치는 물론, ‘김치 스프레드’ 등 현지 식문화를 고려한 색다른 형태의 김치도 선보였다.
대상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 제품들. (사진=대상)
임 대표는 단순 제품 수출을 넘어 ‘김치 세계화’, 나아가 ‘한식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식탁’을 한식으로 물들여 시장을 한껏 넓히기 위해서다. 대상은 매년 미국과 유럽 등에서 김치 요리 대회와 김치 팝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김치 다큐멘터리, 김치 광고 등을 통해 ‘한국 김치’를 알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김치뿐만 아니라 고추장, 떡볶이, 김과 김밥 등 ‘K푸드’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상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는 ‘K소스’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우뚝 섰으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김 공장을 세우는 등 김을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임 대표는 무엇보다 혁신을 우선하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해부터 품질향상, 제품 차별화, 기술 혁신, 운영 효율화 등을 주문했다. 기존 양적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소비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꾸준한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품질향상이나 신기술은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임 대표의 생각이다.
임정배 대상 대표는 “회의 방식, 부서내 업무 등에서부터 사업 접근방식에 이르기까지 작은 것에서부터 익숙함을 탈피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며 “대상이 가진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