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에너지)
SK에너지는 정유업계 최초로 넷제로 로드맵을 수립하고 정유 공정을 고도화하는 등 친환경 행보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주사의 흐름에 맞춰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주력해오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업 확대는 중단됐고, 석유화학을 담당하고 있는 계열사와의 조화도 쉽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석유제품 마케팅과 유통을 맡고 있으며, SK엔무브(윤활유)와 SK인천석유화학(석유화학)을 포함한 계열사들과 함께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실현을 이끌고 있다.
■ ‘카본 투 프로핏’까지…친환경 전환 ‘적극’
SK에너지는 바이오디젤, 바이오항공유 등 저탄소 연료 생산을 확대해 기존 화석 연료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SK그룹의 전반적인 수소 전략과 연계해 수소 생산, 저장 및 유통 시스템 구축에 참여해 수소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이끌 계획이다. 2022년 까지 Scope 1·2(직접 및 간접 배출) 기준 온실가스를 2019년 대비 14% 감축했으며, 2030년까지 50%, 올해까지 넷제로(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자가발전소 연료 전환, 수소 기반 생산체계 도입, 이산화탄소 포집기술(CCUS) 적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SK에너지는 잉여열 회수 설비를 도입하고, 나프타 크래킹 공정에서 나오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배출량 저감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에는 ‘카본 투 프로핏(Carbon to Profit)’이라는 개념 아래, 감축된 온실가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SK에너지는 국내 정유업계에서 가장 앞선 친환경 전환 전략을 추진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SK에너지의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연속 생산이 가능한 설비 (사진=SK에너지)
■ 선도 전략의 발목 잡는 엇박자에 반복되는 중대재해
하지만 SK에너지의 이 같은 성과가 석유화학 전반의 친환경 이미지로 연결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엔무브는 ‘탄소 중립 윤활유’ 광고로 행정지도를 받았다. 기후솔루션은 이 제품이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한계나 실제 감축량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환경부의 조사 이후 해당 광고와 제품 판매는 모두 중단됐다.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SK엔무브는 지난해 5조947억원으로 전년동기(5조7795억원) 대비 11.9% 하락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17만4091t CO₂로 전년대비(19만6078CO₂) 2만1987CO₂ 줄었다. 그러나 실적이 62.8% 성장했던 2022년 배출량은 31.0% 증가해 그룹 전체 탄소 배출량을 높여 주의가 필요하다.
SK 울산Complex는 최근 수년간 반복된 중대재해로 지적받았다. 2022년과 2023년 연달아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안전한 에너지 기업’을 지향하는 그룹 방침과는 상반되는 현실이다.
■ 확장 멈춘 슈퍼스테이션…지속성 관건
SK에너지가 주도해오던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연료 전환 프로젝트는 속도 조절 또는 잠정 중단 상태에 들어가면서, 실질적인 친환경 전환이 더뎌지고 있다. SK에너지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업 확대를 지난해 말 잠정 중단했다. 주유소를 친환경 에너지 거점으로 바꾸는 사업인데, 전국 3000곳까지 늘릴 계획이었으나 현재 4곳만 운영 중이다.
SK에너지의 친환경 전략이 계획에 그치지 않고 실행력과 일관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