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후보들은 공급 확대, 세제 개편, 교통망 확충을 앞세워 회복을 약속하고 있지만, 시장은 정책보다는 금리와 인구, 수요 위축 같은 현실적인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20년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규제와 완화의 사이클은 오히려 시장의 체질을 바꿔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이재명(더불어민주당)·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 세 후보(왼쪽부터)가 부동산 민심 잡기에 나섰다. (사진=연합)
■ 선거보다 금리·유동성이 시장 좌우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이 내세운 부동산 공약이 쏟아지며 시장의 관심이 다시금 쏠리고 있다. 후보들은 저마다 공급 확대, 세제 조정, 재건축 활성화, 교통망 확충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기대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고금리, 인구 감소, 유동성 축소와 같은 요인들이다.
윤석열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 보유세 감면, 정비사업 활성화 등 다수의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좀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윤 정부 출범 이후 전국 아파트 가격은 약 –5% 하락했으며, 2022년 아파트 거래량은 약 36만건으로 역대 정권 중 최저 수준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1년 차(83만건), 박근혜 정부(90만건), 문재인 정부(85만건)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완화책이 이어졌지만, 고금리 기조는 유동성을 묶어두었고, 이로 인해 청약 경쟁률은 하락하고 미분양은 늘어났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선 청약 미달 사례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전국 청약 경쟁률은 평균 9.8대 1로 전년(19.6대 1)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한 자릿수 경쟁률에 머물렀고, 공동주택 착공 물량은 41만 세대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미분양 물량도 2023년 초 7만 세대를 넘어서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역대 정권별 부동산 정책 및 시장 영향 비교표. (자료=KB부동산, 국토교통부, 기재부)
■ 20년 주택시장 흐름 보니…정책보다 금리와 실수요
부동산R114는 지난 20년간의 주택 시장 흐름을 ‘정책과 가격 변화’라는 키워드로 정리하며, 시장의 민감도는 정치적 기대보다 구조적 요인에 더 크게 반응해 왔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IMF 외환위기 극복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회복되며 수도권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2006년은 대표적인 과열 사례로 꼽힌다. 강남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과 공급 병목 현상이 겹치며 전국 아파트 가격은 26.76% 상승했고, 수도권은 33%를 넘어섰다. 참여정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했지만, 오히려 시장 불안을 자극하며 가격 상승폭은 더 커졌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등 공급 확대 정책을 펼쳤지만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역대 정권별 부동산 정책 비교표. (자료=부동산R114)
반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초저금리 기조와 공급 부족,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매수세가 급격히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고강도 규제를 5년간 이어갔지만, 전국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62% 상승했다. 규제는 실수요의 불안을 자극했고, 기대심리가 오히려 시장을 밀어올렸다.
2022년 이후 윤석열 정부는 시장 정상화를 기치로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금리 인상, 경기 둔화,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4.77% 하락해 2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시장 환경은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을 하게 만들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거래 감소 속에서도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방과 수도권 외곽은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수요는 서울, 특히 강남 등 입지 우위 지역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해서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나왔다. 금리 부담과 불확실성 속에서 실수요자들은 입지 좋은 신축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 보유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급속한 전환을 불러왔다. 지난 2023년 1분기 서울의 월세 비중은 50.1%로 전세(49.9%)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또한 수도권의 PIR(Price to Income Ratio)은 2023년 기준 20배에 달한다고 분석됐는데, 이는 중위소득 가구가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 20년 이상의 소득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12배 수준과 비교해도 시장 진입 장벽이 급격히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역대 정권별 전국 및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지수. (자료=KB부동산)
■ 공약보다 중요한 건 금리·경기…대선 이후가 중요
대선 후보 3인의 부동산 핵심 키워드는 ‘공급’이다. 민간 참여 확대, 역세권 개발, 신도시 재구성 등은 공약집에서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 과제가 다수인 데다가 법·제도적 조정이 필요한 사안도 많다. 선거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시장의 단기 향방은 금리 인하 시점, 대내외 경기 반등 여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유동성 위축, 특정 지역 수급 불균형 등 정책 밖의 현실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책 방향이 시장에 신뢰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에 투자자 입장에선 대선 이후 무엇이 바뀌지 않는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책보다 중요한 건 수요와 공급의 현실”
결국 부동산 시장은 정권 교체나 규제 완화보다 금리, 인구 구조, 실수요의 변화와 같은 정치 밖의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정책은 방향일 수 있어도, 반등의 조건은 아니었던 셈이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정책 기대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와 공급의 실질 여건”이라며 “시장 반등의 계기는 금리 인하나 정책 모멘텀이 될 수 있지만, 구조적 회복은 더디며 지역 간, 단지 간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반등이 가능하다면, 서울 등 입지 우위의 신축을 중심으로 선택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