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가 멈춰 섰던 70여개 현장이 다시 움직이고 28일 분양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 안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재확인한 직후, 포스코이앤씨는 전사 안전점검을 마친 현장부터 공사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성수2지구와 개포우성4차 등 정비사업 수주전에 복귀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중대재해 근절 관련 건설사 간담회에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왼쪽 두 번째)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

지난 14일에는 포스코이앤씨 사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이 손을 맞잡은 장면의 사진이 주목되기도 했다. 이날 정부와 대형 건설사가 중대재해를 놓고 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을 비롯해 주요 대형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나 중대재해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인명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김 장관은 "노동자는 안전관리의 객체가 아니라 예방의 주체"라며 현장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위험 회피 권리 보장을 업계에 당부했다. 또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작업중지권 활성화와 손실 보전 등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경쟁력으로 보자는 메시지에 업계 CEO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포스코이앤씨도 같은 기조를 재확인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4일 전국 103개 현장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때 그룹 안전을 책임지던 송 사장도 정희민 대표이사 사장을 대신해 선임됐다. 이후 그룹 안전특별진단TF와 외부 전문가 점검, 개선조치 이행 확인, 임직원 특별안전교육, 경영진 및 CSO(최고안전책임자) 합동 점검을 병행했다.

이후 지난 21일부터는 공공성과 긴급성이 높은 현장부터 공사를 재개했다. 지난 27일 기준 건축 41개·인프라 21개·플랜트 7개 등 70여개로 확대됐다. 회사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현장을 우선적으로 안전점검을 완료하고 순차적으로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21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공사 현장 재개를 선언했다. (사진=포스코이앤씨)

어떻게 안전 사업장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포스코이앤씨는 ▲외부 전문가 점검 ▲개선조치 확인 ▲안전관리 이행 점검 ▲CSO 승인 ▲관계 기관과의 소통 등 '5단계 검증'을 표준화해 통과한 곳만 공사를 다시 연다고 했다. 현장소장이 매일 안전을 확인한 뒤 '안전작업장 선언'을 해야만 작업 개시가 가능하도록 의무화했다.

본사 직원 200명을 현장에 상주시켜 안전활동을 지원한다. 이동식 CCTV를 추가 설치해 약 2000대 규모의 원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본사 통합관제로 사각지대를 줄였다. 근로자와 협력사가 직접 참여하는 '안전 타운홀 미팅'도 정례화해 현장의 개선 요구를 즉시 조치로 연결하는 피드백 루프를 만들었다.

장기 중단의 파급을 최소화하려는 현실적 고려도 작동했다. 공사가 지연되면 수분양자는 기존 거주지 연장이나 중도금 이자, 임시 거처 비용 등 연쇄 부담에 직면한다. 또 도로와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은 개통 지연으로 지역사회 불편이 커진다.

실제로 인천 제3연륙교의 경우 사장교 중심부 60m 미연결 상태가 지속되면 처짐과 변형 등 구조 안정성 저하와 태풍, 집중호우 시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포스코이앤씨는 공공 현장을 우선 순위로 두고 공사 재개를 서둘러 나선 것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수주한 이수 극동·우성 2·3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조감도. (사진=포스코이앤씨)


재가동과 동시에 수주전 복귀 신호도 켜졌다. 포스코이앤씨는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공사비 약 7000억원 내외의 전북 전주시 전라중교일원구역 재개발에서 우선협상지위를 확보했다. 다음 달 말 최종 시공사 선정을 앞둔 상황이다.

또한 성수2지구, 강남 개포우성4차 등 대형 정비사업도 일정 재정비에 따라 재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광장동 상록타워 리모델링,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 서울 이수 극동우성2·3단지 리모델링, 서울 방배15구역 재건축, 구리 수택동 재개발 등 누적 5조원대 정비사업을 따냈다. 공사 재개로 신뢰 회복의 물꼬가 트이면 하반기 수주 경쟁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앞서 회사는 송파한양2차 재건축 입찰을 포기했다.

이날 분양 시장도 온기가 감지됐다. 포스코이앤씨는 내일(29일)부터 경남 김해시 신문동 신문1지구 A17-1블록 '더샵 신문그리니티2차'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 분양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6개 동, 전용 8493㎡ 총 695가구 규모다. 청약은 9월8일 특별공급, 9일 1순위, 10일 2순위 순으로 진행된다. 회사는 "안전과 품질을 전제로 한 책임형 공급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정부와 건설사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비용을 아끼려다 발생한 사고, 반복되는 사고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이앤씨는 "그동안의 뼈아픈 경험을 계기로 국민 생활의 안심과 직결된 현장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건설시장의 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