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 전경.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강화와 리쇼어링(본국 복귀) 정책을 확대 하자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모양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제약사의 브랜드 및 특허 의약품엔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의약품 100% 관세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시설 확보를 통해 미리 관세 리스크를 피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와 약 4600억원 규모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소재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예정인 공장은 약 4만 5000평 부지에 생산 시설, 물류창고, 기술지원동, 운영동 등 총 4개 건물이 갖춰진 대규모 캠퍼스다. 캐파 증설을 위한 약 1만1000평 규모의 유휴 부지를 보유하고 있어 확장을 통해 향후 시장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 대금을 포함한 초기 운영비 등 비용으로 총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후 인수 공장내 유휴 부지에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할 예정으로 최소 7천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공장 인수와 증설에만 최소 1.4조원의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로 셀트리온은 5월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이 제시한 관세 대응 종합 플랜을 완성했다. 관세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2년치 재고의 미국 이전, 현지 위탁생산(CMO) 계약 확대 등 중단기 전략에 이어 현지 생산 공장 확보라는 근본적 해결책까지 모두 마련한 만큼 향후 발생 가능한 모든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미국 시러큐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4만리터 규모)을 약 2080억원에 인수하고 1억달러(약 1411억원)를 추가 투자해 ADC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올해 4월에는 아시아 소재 바이오 기업과 ADC 임상시험용 후보 물질 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ADC 생산시설의 본격 가동을 알렸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ADC 생산시설은 cGMP 시설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대 1000리터 접합 반응기를 포함한 통합된 생산 및 정제 라인을 갖췄으며, 자체적인 품질 관리(QC) 시험뿐 아니라 특성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항체 전처리 과정부터 자동화된 원료 무균충전까지 싱글유즈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SK그룹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인 SK팜테코도 지난 2023년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기업인 CBM을 인수하며 현지 공장을 확보했다. 차바이오텍의 미국 자회사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미국 텍사스주 칼리지스테이션에 500리터 규모의 CGT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향후 제2공장을 증설해 생산 능력을 2000리터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와 시장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제거함과 동시에 생산 계약 체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 현지 공장 확보가 줄을 잇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려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