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손기호 기자)
8월 아파트 입주율과 9월 입주전망지수가 나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로 입주 여건은 악화됐지만 공급 축소와 신축 선호가 맞물리며 지표가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복되는 중대재해로 인한 공사 지연과 노란봉투법 통과 등 건설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공사비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신규 공급 축소 가능성이 커지며 기건설된 신축 아파트의 입주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9월 입주전망지수 82.0…서울 100 넘어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82.0으로 전월(75.7)보다 6.3포인트(p) 올랐다. 수도권은 91.0으로 14.9p 급등하며 전국 평균을 끌어올렸고 서울은 26.4p 상승한 102.7을 기록해 기준선(100)을 넘어섰다. 인천(11.8p↑), 경기(6.4p↑)도 동반 상승했다.
광역시 중에서는 울산(13.1p↑), 광주(7.2p↑), 대구(5.7p↑), 세종(6.8p↑)이 상승했지만, 부산(-16.6p), 대전(-5.9p)은 하락했다. 두 지역은 미분양 적체 상황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지속 공급되며 청약 성과가 부진했고 이로 인해 입주전망도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도 지역에서는 충남(21.6p↑), 제주(10.7p↑), 충북(8.4p↑), 경남(8.3p↑) 등 대부분이 상승했다. 반면 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강원(-7.5p), 경북(-1.8p) 등은 자금 유입 여건이 악화되며 하락했다.
9월 아파트 입주 전망지수, 8월 대비 9월 아파트 입주 전망 변동 지수. (자료=주택산업연구원)
■ 공급 줄자 신축 희소성 부각…입주 기대감 반등
입주 전망 반등의 핵심 요인은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 유지와 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작용한 데 있다.
6.27 대출규제 시행 이후 전세대출을 통한 잔금 충당이 제한되면서 입주자들의 유동성이 위축되고 자금 부담도 커졌다.
여기에 공급 측면에서도 건설사들은 사업성 악화, 공사비 상승, 안전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신규 분양을 유보하거나 취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노란봉투법 통과로 인한 공사 지연과 비용 상승 우려까지 더해지며 향후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에 이미 건설된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과 가치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고 입주자들과 주택사업자들의 입주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6.27 대출규제로 입주 애로가 지속됨에도 공급 위축에 따라 주택사업자들의 부정적 전망이 다소 완화됐다"며 "신축 선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신규 공급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입주 기대감과 달리 실제 입주 상황에서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 8월 입주는 늘었지만…"자금 부담 여전, 대출 규제 여파 지속"
입주전망 개선 흐름은 실제 입주율 지표에도 일부 반영됐다. 8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7.4%로 전월(63.9%)보다 3.5p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83.4%에서 82.0%로 소폭 하락한 반면, 지방에서는 광역시(60.8%→64.9%), 도 지역(58.8%→63.8%) 모두 상승했다. 특히 강원권은 20p 급등했고, 대전·충청(4.5p↑), 광주·전라(4.1p↑), 제주(2.9p↑), 대구·부산·경상(2.3p↑) 등도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수도권은 서울(89.1→86.8), 인천·경기(80.6→79.6) 모두 입주율이 하락했다. 이는 고가 주택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대출 규제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수분양자 미입주 사유. 잔금대출 미확보가 크다. (자료=주택산업연구원)
입주율은 상승했지만 실입주를 막는 근본 원인은 여전히 자금 조달 부담이다.
8월 기준 미입주 사유는 기존주택 매각 지연(34.6%), 잔금대출 미확보(30.8%), 세입자 미확보(23.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입자 미확보는 전월 대비 5.8p, 기존주택 매각 지연은 1.9p 상승해 주택 거래 둔화가 입주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통한 잔금충당이 제한되며 유동성이 위축됐고 입주 여건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추가 대출규제가 예고된 상황에서는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당분간 입주전망을 떠받칠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개선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