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헤드스페이스' 책표지)
[뷰어스=문서영 기자] 도시를 들여다보자. 도시에는 콘크리트 상자가 늘어서 있다. 어느 도시, 어느 나라, 어느 대륙에나 있을 법한 공간들은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이 풍경이 우리에게 삶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오히려 사람들이 공간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일 수 있다는 이 흥미로운 주장을 하는 이는 영국왕립심리학협회에서 활동 중인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폴 키드웰이다. 그는 '헤드스페이스'를 통해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이 우리에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심리학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공간은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에 저자는 오로지 자본주의의 실용성 가치에 준하여 지어진 영혼 없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확고한 목표가 있어 개조를 하는 게 아닌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어진 집을 얻거나 사서 그 안에 자신의 짐을 비롯해 자신을 넣어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 심리학자는 건축과 인간의 공존을 연구하기 위해 건축 디자인을 공부하며 15년 동안 직접 관찰하고 조사해 밝혀낸 건축의 심리학적 영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수십여 개의 연구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헤드스페이스'는 집에서부터 시작해 이웃 환경과 지역, 학교, 직장, 휴식 공간과 병원 등 도시 전역을 훑어 나아가며 그 끝에 도시를 만들어가야 하는 주체를 논한다. 도시 환경에 따라 삶의 형태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형태에 맞춰 도시가 지어져야 하고, 그런 도시 공간만이 지속성과 영속성을 가지고 사람들의 생활공간으로서 보다 더 탄탄한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간이 바뀌면 사람도 달라질 것'이라 말한다. 우리가 자신의 공간을 주체적으로 바꿀 때 우리의 삶은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폴 키드웰 지음 | 김성환 옮김 | 파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