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좌), 카카오 김범수 의장(우))
네이버와 카카오, 카카오와 네이버. 누가 먼저 언급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순서다. 어느새 이들은 국내 대표 IT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단순 검색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 금융 등 이종산업으로도 손을 뻗고 있다. 최후의 왕좌를 위해 혈투를 벌이는 네이버와 카카오. 뷰어스는 이들의 소리 없는 전쟁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닮은 듯하나 확연히 다르다. 이들을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인재형과 벤처기업가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 구분대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조직문화가 형성됐다.
■벤처기업vs전형적인 대기업, 상반된 조직 문화
네이버와 카카오의 내부구조를 살펴보면 의사결정 과정이 눈에 띄게 차이난다. 네이버가 효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면 카카오는 최대한 모두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스타일이다.
네이버는 쉽게 말해 '중앙집권형'이다. 본사에서 의사 결정을 하면 이를 계열사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는다. 기업의 주요 절차인 M&A만 봐도 결정의 대부분은 본사 조직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아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조는 효율성 측면에서 뛰어나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특히 대응 속도가 생명인 IT업계에서 효과를 더욱 느낄 수 있다.
단점은 상명하복 구조인 만큼 계열사들의 의견 반영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IT업계에서 중요시하는 가치 중 하나인 '혁신'에서는 다소 뒤처질 수 있다.
카카오는 이와 정반대인 '지방분권형'이다. 사업 의사결정을 모든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하도록 맡긴다. M&A 결정 과정도 네이버처럼 본사 위주가 아닌 계열사별 투자전담조직에서 계획하고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대한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나오는 만큼 혁신적이고 트렌디한 사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처리 속도나 체계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결정 과정이 오래 걸리며 하나의 사회자가 없는 만큼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리더 특성이 조직 문화 바꿨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문화는 각 리더들이 걸어온 길에서 파생됐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가진 특성이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분위기에 그대로 물들었다는 얘기다.
이들 만남의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GIO와 김 의장은 삼성SDS에 동기로 입사했다. 비록 첫 단추는 함께 끼웠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완전히 달랐다.
김 의장은 컴퓨터 산업에서 윈도우에 집중했으며 직접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들을 주로 했다. 이로부터 불과 4년 뒤 창업을 결심했고 삼성SDS에서 퇴사한 1년 뒤인 1999년 국내 최초 게임 포털인 '한게임'을 세상에 내놓았다.
반면 이 GIO는 삼성SDS에 머물며 사내벤처팀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대기업 밑에서 성장한 그는 이후 대한민국 대표 포털 회사인 '네이버'를 설립하게 된다.
이처럼 김 의장과 이 GIO의 특성은 정반대다. 본인의 사업을 꾸려나가기 위해 일찍 퇴사를 결심한 김 의장은 트렌트들 주도하는 혁신적인 인재다. 반대로 이 GIO는 전형적인 대기업 인재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비록 이 GIO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김 의장과 함께 거론되며 IT 쌍두마차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IT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들에 대한 언급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