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사진=HMM)
HMM 해원연합노조(해원노조)가 예고한 '집단 사표' 제출을 잠정 유보했다. 사측과 한차례 더 교섭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제2의 한진해운 사태 이후 벌어진 물류대란을 우려한 해운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HMM 해상노조는 단체 사표 제출을 잠정 유보한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 이후 조합원들에게 사직서를 받아온 HMM 해상노조다. 현재까지 39척, 해상직원 317명이 단체 사직서와 교대신청서를 노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세계 2위 선사인 MSC에 이력서 접수도 했다.
파업이 가시화되는 분위기에서 지난 24일 노사의 5시간 가량 논의 끝에 극적으로 교섭의 끈이 이어졌다. 배재훈 HMM 사장과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은 다음달 1일 추가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임금 관련 입장차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육상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따라 공동대응 차원에서 사직서 제출 여부를 추후 결정하게 됐다”며 “그런데도 현재 승선 생활이 너무 힘들고 일이 많아 일부 조합원은 사측에 사직서를 개별 제출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해상직원들은 땅 한 번 밟지 못하고 바다 위에서 10개월 이상 지내느라 경조사도 챙기지 못했다”며 “계속해서 노예취급을 받는다면 현재 남아있는 HMM 해상직원 약 440명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MM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안을 두고 힘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최종적으로 임금 8% 인상 및 격려·장려금 500%를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지난 8년간 임금 동결이 이어졌다는 점과 올해 HMM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의 성과를 이유로 들면서 사측이 전향적인 임금 협상안을 제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주일 가량 시간을 번 사측이 다음 교섭에 새로운 협상 카드를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HMM 사측은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해 잰걸음을 보여야 한다. 노조는 물론이고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설득에도 나서야 한다.
HMM 사측은 노조가 3주간 파업하면 타 선사 선복 보상에 따른 직접적 영업 손실 등을 포함해 약 680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HMM 노사 갈등에 해운업계와 정부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물류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2016년 한진해운 파산에 한국의 선복량은 105만TEU에서 1년만에 46만TEU로 급감했다. 선복량이 급감하자 국내 수출 중심 기업들은 극심한 물류난에 시달리면서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한국해운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HMM 임금협상이 원만하게 합의되지 못해 해원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의 선박운항이 중단돼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노사가 상생협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금융권도 HMM 임금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져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물류대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깊은 배려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도 비상대책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4일 해양수산부는 ‘수출입물류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혹시 있을 수출입물류 차질에 대응할 체제를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