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2연주공장의 태풍 피해 복구를 완료해 철강 반제품 슬라브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주 공정 슬라브 생산 모습 (사진=포스코)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49년 만에 고로 가동이 중단됐던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고로 3기를 정상 가동해 철강반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추석 연휴 기간 내내 합산 인력 3만명을 투입해 복구 작업을 실시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지막 공정인 압연 라인은 배수 작업과 진흙 치우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조선업계는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생산 지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비상출하대응반을 운영해 철강 공급 안정화에 나섰다.
■ “추석 연휴기간 3만여명 투입…고로 3기 모두 정상 가동 시작”
13일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멈췄던 고로 3기가 모두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 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 기간 3만여명의 포스코 본사와 협력사 직원 3만여명이 돌아가며 복구작업을 실시한 결과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10일 제3고로의 가동을 시작했고 이어 12일에는 4고로와 2고로가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2일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을 제강공정에서 처리하기 위한 제강과 연주설비 복구에 집중해 제강공장의 경우 전로 총 7기 중 4기와 연주 총 8기 중 4기를 이날 재가동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 피해와 냉천 범람으로 인해 고로 3기가 중단된 가운데 포스코 직원들이 배수 작업과 진흙 제거 등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 후공정인 압연라인 복구는 ‘아직’…제품 생산 차질 우려 여전
하지마 완벽한 복구를 위한 작업은 수개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냉천 인근에 위치해 범람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압연라인의 복구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압연라인의 배수 작업은 80% 정도 마무리됐고, 우선 가동이 필요한 1열연공장과 3후판공장은 배수가 완료돼 전원 투입을 시작했다”면서 “다만 압연라인 지하시설물 복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피해 규모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압연라인 지하시설물 복구과 완료돼야 정확한 피해규모 추산과 압연라인 복구와 가동 계획이 수립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압연 라인 복구가 완료되지 않아서 고로가 정상가동해 쇳물이 나와도 제품 생산이 정상적일지는 의문이다.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철광석을 쇳물로 녹이는 ‘제선 공정’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강철로 만드는 ‘제강 공정’ ▲액체 상태의 철을 고체화해 철강 반제품(슬라브)를 만드는 ‘연주 공정’ ▲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해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의 철을 제작하는 ‘압연 공정’ 순서로 이뤄진다.
현재 마지막 단계 공정을 위한 복구가 완료되지 않아서 고로가 가동을 해도 후공정에서 막히는 상황인 셈이다.
■ ‘49년 만의 처음’ 전체 고로 중단 사태…조선사 “재고로 버텨”
포항제철소의 전체 고로 중단의 초유의 사태로 인해 조선사 등 철강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들은 일단 사전에 확보한 재고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고로 3기 휴풍은 지난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총 4기의 고로 중 1고로는 노후로 인해 지난해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총 3기가 운영 중이었다. 휴풍은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할 때 주입하는 뜨거운 바람을 멈추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2개월마다 정비를 위해 짧게 휴풍을 갖지만, 이번엔 갑작스런 중단이었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 수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고객사인 조선사들은 사전에 재고를 확보해 당장에는 차질은 없지만, 후공정이 지연돼 제품 생산 차질이 길어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충분한 재고를 사전에 확보해 공정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철강 생산 지연 기간이 길어질 경우에 대해선 계속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대응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포항제철소 전기강판공장 복구작업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고객사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상출하대응반을 가동해 수급 안정화에 나섰다.
포스코 측은 “국내 철강수급 안정화와 고객사 피해 최소화를 위해 오늘부터 비상출하대응반을 가동한다”며 “보유중인 재고의 신속한 출하로 고객사 수급안정화에 최우선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리일정 조정 등을 통해 광양제철소를 최대 생산체제로 전환하고 고객사 긴급재는 광양제철소 전환생산을 통해 우선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복구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안전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복구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안전 경각심 등의 잠재 위험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안전위험 감소를 위해 작업 단위별로 책임자를 선정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침수 후 설비 재가동에 따른 전기 감전, 가스 누출 등 중대 위험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안전 관리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전날인 12일 포항제철소 현장을 찾았다. 포스코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제철소 침수의 원인으로 꼽히는 냉천 범람 지역을 살폈다.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이 한창인 압연라인도 집중 점검했다.
최 회장은 “복구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며 규정된 절차에 철저히 입각해 복구작업에 임해달라”면서 “냉천 범람으로 인한 침수와 복구과정에서 제철소를 지키고 살리기 위해 보여준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