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려웠던 부동산 시장이었다. 고금리로 인한 시장 경착륙 우려 속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로 연착륙에 성공한 모양새다. 다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거래량이 순식간에 메마르는 등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예측불허의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택의 공통 분모는 있었다. 지역별 양상이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등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물론 청약 시장도 주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초부터 두드러졌다.
지난 1월 3일 정부가 서울 4개구(강남·서초·송파·용산)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풀었다. 대출과 세금, 청약, 정비사업 등에서 규제 사항이 전반적으로 완화되자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주요 핵심지에서의 거래량과 가격 회복세가 빨라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7월 처음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월 대비 0.01% 상승한데 이어 11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11월에는 0.44%의 상승률을 보였다. 수도권은 10월에서야 올해 처음 0.02% 상승세를 보였고 11월에 0.43% 상승했다. 지방은 11월에 처음으로 상승률(0.49%)을 나타냈다.
이달 들어 서울 집값은 꺾이는 분위기다. 이달 첫째 주(4일) 하락 전환한 이후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0.04% 하락하면서 전주(-0.03%)보다 낙폭을 확대했다. 다만 내년 서울 집값은 입주물량 급감이 변수다. 부동산R114가 조사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966가구로 전년(3만2819가구) 대비 66.6% 급감한다. 입주물량 감소로 전세값이 자극을 받고 상승세를 탄 전세값이 매매가를 견인할 수 있다.
주택 매매거래량도 지방 보다는 수도권 지역 위주로 회복세가 갈렸다.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뚜렷한 서울은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거래량이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대 최소 거래량을 나타냈지만 올해 1월 기점으로 거래량이 우상향을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기준 서울 월별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보면 ▲1월(1161건) ▲2월(2286건) ▲3월(3234건) ▲4월(2981건) ▲5월(3711건) ▲6월(4136건) ▲7월(3804건) ▲8월(4091건) ▲9월(3845건) ▲10월(2983건) 등으로 우상향 패턴이 확인된다. 거래 증가로 가격 회복이 빨라지면서 수요층 부담감이 커지자 4분기 들어서는 전반적인 움직임이 주춤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거래량 증가세는 주택 유형 중에서도 아파트 유형에 한정된 결과다. 국토교통에 따르면 2023년 1~10월 누적거래량 중 아파트는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지만 비아파트는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가격 회복세에 지역적인 차별점과 유형에 따른 차이가 눈에 띄는 상황이다.
지역에 따른 시장 분위기 차이는 청약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1.3 부동산대책' 규제 완화 영향으로 청약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졌으나 아파트 가격은 수도권 중심으로 회복된 현상이 그대로 청약 시장에도 이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올해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3대 1이며 서울은 59.5대1을 기록했다. 반면 울산(0.5대1)과 제주(0.3대1), 대구(0.1대1)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대구는 직방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순위내 청약경쟁률 0%대 사업지 누적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35곳의 분양 단지가 수요 부족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R114 백새롬 책임연구원은 "고금리 기조와 대출축소로 인해 자금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 적정 분양가 등에 따른 수요 집중과 입지 및 상품성 등을 고루 갖춘 흔히 '돈 될 만한 곳'에 청약 통장이 몰리는 선별청약 양상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오피스텔도 '썰렁'…지역 구분없이 냉랭한 수익형 부동산 시장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꼽히는 오피스텔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모두 줄었다. 지난해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된 데 이어 가파른 금리 인상, 역전세 및 전세사기 악재까지 겹쳤다.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주택시장이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고금리와 낮은 시세 차익 기대감이 투자 매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오피스텔 거래건수는 2만7276건에 달했으나 그해 하반기에 1만6224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도 각각 1만3684건, 1만1191건으로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오피스텔 수요뿐 아니라 신규 공급시장도 수익형 부동산을 비롯한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크게 위축되는 모양새다. 전국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지난 2021년 5만65724건에서 이듬해 2만6314건으로 줄었다. 올해는 1만6308건에 그치고 있다. 오피스텔 분양 물량이 1만 실 대로 낮아진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정부가 빠른 주택공급을 위해 비아파트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에도 나섰지만 건설 사업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인만큼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될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수요층이 두텁지 않고 경기 여건과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며 "저성장, 전세 리스크 등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내년에도 현재의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식산업센터도 부진한 흐름이다. 알이파트너 '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지식산업센터 총 매매건수와 매매금액은 직전월 대비 각각 17.7%, 20.0% 하락했다. 특히 분양 시장에서는 강세를 였던 서울에서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지난 9월 서울의 지식산업센터 매매건수와 매매금액은 87건(671억1532만원)이었으나 10월 59건(456억6800만원)으로 줄었다.
정부의 'PF 정상화 지원 펀드'에도 지식산업센터가 포함되지 않은 만큼 일부 지식산업센터 현장에서 PF 연장이 안 된 물건들이 순차적으로 경매 시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른 시장 침체 및 가격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패션 아울렛 ‘W몰’ 은 시행사 예인개발이 지식산업센터로 개발하기 위해 사들였다가 지난 10월 브리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이후 2607억원에 공매로 넘겨지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분석 업체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는 있지만 결국은 주택 시장의 회복이 우선"이라며 "최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 완화 시그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주택 시장 회복과 함께 정책적 지원, 금리 인하가 함께 어우러져야 오피스텔을 포함한 수익성 부동산 시장의 가격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