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조선소와 맺은 15척 선박 블록과 기자재 건조 건 중 10척에 대해 1년째 건조를 중단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 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국내 조선사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조선소와 선박 건조 계약을 잇따라 중단하거나 해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납품 대금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국가로의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그나마 발 빠르게 기존 계약 건을 해지하고 다른 선사에 팔면 다행이지만, 계약 해지 후 이미 완공된 선박을 껴안고 있을 수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삼성중공업, 러시아 즈베즈다 LNG 운반선 계약건 15척 중 10척 중단 27일 삼성중공업은 최근 외신이 보도한 삼성중공업과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 계약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척 중 10척의 선박 블록과 기자재 제작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1년 전부터 건조를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시점인 1년 전부터 (남은 10척에 대한) 건조를 안하고 있었다”며 “5척은 현재 정상적으로 건조를 완료해서 기자재와 함께 공급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10척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중단됐지만 논의 중에 있다”면서 “러시아 쪽도 LNG 운송 계약을 맺었을 테니까 선박 건조를 못하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들이 있다”고 했다. 10척의 건조를 중단했지만 완전히 취소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러시아 조선소 입장에서도 LNG 선박 건조는 필요하지만, 삼성중공업은 건조를 더 진행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19∼2020년 말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아틱 엘엔지-2’에 투입될 쇄빙 운반선 15척의 계약을 수주했다. 총 계약 금액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엔 조선업계 역대 최대 규모 계약으로 주목됐다. 다만 건조 계약은 아니고 즈베즈다 조선소의 기술 파트너로서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 국제사회 경제 제재 움직임 영향…다른 수주 영향 우려 4조원이 넘는 수주 건이지만 삼성중공업은 러시아의 건조 건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공조 움직임 영향 때문이다. 조선업계와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즈베즈다 조선소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특별지정제재 대상(SDN)에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트에 오르면 해당하는 기업들은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외국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삼성중공업이 4조원대의 건조 계약을 포기한 이유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을 수주한 것으로 포함해 올해 누계 수주 실적은 총 28척, 68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연간 목표 95억 달러의 72%까지 달성한 금액이다. 이번 러시아 수주건 10척이 빠지면 올해 연간 목표 달성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HD한국조선 “LNG 3척, 계약해지”…업계 “계약 해지 선박 처리, 문제” 러시아의 전쟁에 따른 계약 철회는 다른 조선업체도 마찬가지다.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17년 ‘즈베즈다-현대 LLC’ 합작사를 만들었고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가 러시아 측과 맺은 선박 건조계약은 없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러시아 측 관련 계약 건은) 지난 2022년에 납품이 끝나서 종결된 상태”라며 “삼호중공업이 수주했던 LNG선 3척이 있었는데, 작년 초쯤에 계약 해지하고 더 높은 가격에 다른 곳에 팔았다”고 말했다. 한화오션도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지난 2021년까지 러시아와 3척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맺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순차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대우조선은 러시아 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와 LNG 운반선 1척의 쇄빙LNG 운반선 공급 계약을 취소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금융 제재를 받으면서 더 이상 공급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당시 “서방의 제재로 잔금을 받을 여지가 원천 봉쇄되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쇄빙선이라는 특징 때문에 다른 곳으로 판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약 취소 선박을 처리하지 못하고 안고 있을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측과 계약 해지 후 다른 곳에 판매하는 등 정리를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이미 완공된 선박의 경우 재고 자산으로 남아 감가상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조선사들, 국제사회 제재 우려 탈러시아…“재고자산 처리가 문제”

삼성중공업, LNG 선박 블록 제작 10척 중단…서방의 러시아 제재 우려 영향

손기호 기자 승인 2023.12.27 13:17 | 최종 수정 2023.12.27 13:40 의견 0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조선소와 맺은 15척 선박 블록과 기자재 건조 건 중 10척에 대해 1년째 건조를 중단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 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국내 조선사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조선소와 선박 건조 계약을 잇따라 중단하거나 해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납품 대금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국가로의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그나마 발 빠르게 기존 계약 건을 해지하고 다른 선사에 팔면 다행이지만, 계약 해지 후 이미 완공된 선박을 껴안고 있을 수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삼성중공업, 러시아 즈베즈다 LNG 운반선 계약건 15척 중 10척 중단

27일 삼성중공업은 최근 외신이 보도한 삼성중공업과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 계약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척 중 10척의 선박 블록과 기자재 제작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1년 전부터 건조를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시점인 1년 전부터 (남은 10척에 대한) 건조를 안하고 있었다”며 “5척은 현재 정상적으로 건조를 완료해서 기자재와 함께 공급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10척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중단됐지만 논의 중에 있다”면서 “러시아 쪽도 LNG 운송 계약을 맺었을 테니까 선박 건조를 못하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들이 있다”고 했다.

10척의 건조를 중단했지만 완전히 취소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러시아 조선소 입장에서도 LNG 선박 건조는 필요하지만, 삼성중공업은 건조를 더 진행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19∼2020년 말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아틱 엘엔지-2’에 투입될 쇄빙 운반선 15척의 계약을 수주했다. 총 계약 금액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엔 조선업계 역대 최대 규모 계약으로 주목됐다. 다만 건조 계약은 아니고 즈베즈다 조선소의 기술 파트너로서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 국제사회 경제 제재 움직임 영향…다른 수주 영향 우려

4조원이 넘는 수주 건이지만 삼성중공업은 러시아의 건조 건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공조 움직임 영향 때문이다.

조선업계와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즈베즈다 조선소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특별지정제재 대상(SDN)에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트에 오르면 해당하는 기업들은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외국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삼성중공업이 4조원대의 건조 계약을 포기한 이유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을 수주한 것으로 포함해 올해 누계 수주 실적은 총 28척, 68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연간 목표 95억 달러의 72%까지 달성한 금액이다. 이번 러시아 수주건 10척이 빠지면 올해 연간 목표 달성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HD한국조선 “LNG 3척, 계약해지”…업계 “계약 해지 선박 처리, 문제”

러시아의 전쟁에 따른 계약 철회는 다른 조선업체도 마찬가지다.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17년 ‘즈베즈다-현대 LLC’ 합작사를 만들었고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가 러시아 측과 맺은 선박 건조계약은 없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러시아 측 관련 계약 건은) 지난 2022년에 납품이 끝나서 종결된 상태”라며 “삼호중공업이 수주했던 LNG선 3척이 있었는데, 작년 초쯤에 계약 해지하고 더 높은 가격에 다른 곳에 팔았다”고 말했다.

한화오션도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지난 2021년까지 러시아와 3척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맺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순차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대우조선은 러시아 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와 LNG 운반선 1척의 쇄빙LNG 운반선 공급 계약을 취소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금융 제재를 받으면서 더 이상 공급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당시 “서방의 제재로 잔금을 받을 여지가 원천 봉쇄되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쇄빙선이라는 특징 때문에 다른 곳으로 판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약 취소 선박을 처리하지 못하고 안고 있을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측과 계약 해지 후 다른 곳에 판매하는 등 정리를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이미 완공된 선박의 경우 재고 자산으로 남아 감가상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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