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개발한 풍력 보조 추진장치 LNG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고부가 LNG운반선 수주잔고 84척, 27.8조원

10년 전 삼성은 방산 사업을 한화에 매각하는 선택을 했다. 그룹의 핵심 역량을 키우겠다는 판단으로 삼성중공업은 특수선 없는 조선업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 조선업과 해양 방산 부문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방산 부문 대신 고부가 선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총 36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 중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2척,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2척, 셔틀탱커 1척, 중형탱커 4척, 컨테이너운반선 4척, 초대형 에탄운반선 3척 등 고부가가치 선박이 다수를 차지했다. 조선해운시황 리서치업체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LNG 운반선의 평균 가격은 올해 초 척당 2억5800만달러(약 3740억원)에 달하는 고부가 선박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3796억원 규모 LNG 운반선 수주에 성공해 LNG 운반선 수주잔고가 84척, 191억달러(27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주주총회를 통해 선박연료공급업과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LNG 운반선 건조량이 늘어나 시운전에 필요한 연료를 조선소 인근 해상에서 자급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선박 대 선박으로 급유하는 LNG 벙커링 사업을 시작한 것은 조선 3사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처음이다.

FLNG 부문 세계 1위···유일 경쟁자 '위슨조선소' 제재로 사실상 독주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 부문에서도 삼성중공업은 세계 시장 1위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FLNG 7척 중 5척을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FLNG는 LNG 운반선과 FPSO(부유식 원유 저장 하역 설비)의 결합체로, 1척당 가격이 2~4조 원에 이르는 초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유일한 경쟁자인 중국 저우산후이성해양공정유한공사(Zhoushan Wison Offshore and Marine Limited·위슨조선소)가 러시아 관련 제재 대상에 등재돼 사실상 신규 수주가 불가능해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임기 만료 직전 위슨조선소가 러시아 LNG 프로젝트에 발전 모듈을 제작해 공급했다는 이유로 제재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기본설계를 맡았던 미국 델핀 (Delfin Midstream) FLNG 1호기의 시공 사업은 맡지 않았다. 대신 위슨조선소가 해당 사업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번 제재로 2~4호기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LNG 수출 확대 정책도 FLNG 발주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을 리포트를 통해 “사실상 신조 FLNG는 삼성중공업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이리턴-하이리스크 'FLNG 사업'··· 선별수주 전략 지속할 것

FLNG 사업은 기존 조선사업 대비 계약기간이 긴 대신 부가가치가 높다. 대외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수익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크다. 규모가 큰 만큼 자금 조달 방법이 차입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돼 금리나 거시경제 등 다양한 변수가 적용된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수주목표(97억달러)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FLNG 모잠비크 코랄술(Coral Sul) 프로젝트 2호기 계약이 현지 사정으로 지연돼 신규 수주 실적은 목표대비 76.8%(73억달러)에 그쳤다.

올해 삼성중공업은 FLNG 건조 본격화로 매출과 수익성 개선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가이던스로 매출 10조5000억원, 영업이익 6300억원을 내놨다. 조선·해양 수주에 대해 지난해 실적 73억 달러 대비 33% 높은 98억 달러를 목표로 제시하며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