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화학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하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법정모독 행위를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은 ITC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증거개시(Discovery)' 과정에서 드러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법정모독 행위 등을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판결'을 비롯한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했다고 13일 밝혔다.
ITC도 14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등 정황을 담은 94개 목록을 담아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알렸다.
요청서에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를 벌였으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하기도 했다고 제재 요청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이 패소했다는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LG화학이 제출한 증거인멸 자료 중 한 예시도 공개됐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ITC 소송을 제기한 4월29일 '[긴급] LG화학 소송 건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사내 메일을 보냈고 "경쟁사 관련 자료를 최대한 빨리 삭제하고 미국법인(SKBA)은 PC 검열·압류가 들어올 수 있으니 더욱 세심히 봐달라. 이 메일도 조치 후 삭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자신들의 요청을 ITC가 수용해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ITC는 지난달 3일 SK이노베이션이 삭제한 문서에서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포함한 소송 관련 모든 정보를 복구하라고 SK이노베이션에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데이터 복구·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LG화학의 주장. 포렌식 진행 시 LG화학 측 전문가가 함께 해야 한다는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을 의도적으로 배제시켰다는 것이다.
LG화학은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ITC는 소송 진행 중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을 ITC가 수용할 경우 예비 판결 단계까지 가지 않고 피고가 패소 판결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후 ITC가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