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계를 휩쓰는 K-라면이 높아지는 인기만큼 잡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K-라면의 선두주자 삼양라면이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으로부터 리콜 조치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덴마크 수의식품청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럼 식품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기에, 수출 효자로 등극할만큼 해외에서 사랑받는 삼양라면에 대한 소식은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헌데 이유가 황당했죠. '매워도 너무 맵다'는 것이었기 때문인데요. 리콜 명령을 받은 제품은 '핵불닭볶음면 3×Spicy(3배 매운맛)', '핵불닭볶음면 2×Spicy(2배 매운맛)', '불닭볶음탕면' 등 매운맛을 담은 3종 라면이었습니다. 덴마크 수의식품청은 제품 한 봉지에 든 캡사이신 수치가 너무 높아 소비자가 급성 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더군요. 품질 문제가 아닌 너무 매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으로 리콜 조치를 받은 것은 문화적 차이가 불러온 결과로 보입니다. 실제 온라인 상에서는 덴마크인들이 매운 양념에 대한 포용도가 낮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는데요. 삼양식품 입장에서도 '매운 맛'으로 글로벌 입맛을 잡았는데, '매운 맛'으로 처음 리콜 명령을 받았으니 내부적으로 덴마크 시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최근 5년새 K-라면은 다양한 국가에서 리콜 명령을 받아 왔습니다. 앞서 농심의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은 한국 라면 수출 규모 4위 대만에서 2-CE(2클로로에탄올) 검출로 전량 리콜됐고, 2년 전에는 수출용 '신라면 레드'가 아이슬라드에서 농약성분 검출로 리콜됐습니다. 두 사례 모두 국가별 시각과 기준치가 달라 발생한 이슈였죠. 일례로 비교적 최근 사례인 대만의 리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대만 통관과정에서 발견된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서 검출된 물질은 2CE(2클로로에탄올)였습니다. 2CE는 환경에서 유래할 수 있는 물질이나, 대만은 EO(에틸렌옥사이드)의 대사물질로 판단하고 있어 부적합 판정을 내렸습니다. 에틸렌옥사이드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인체에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분류되는 물질이기 때문이죠. 특히, 대만에서는 이 성분 기준치를 kg당 0.075mg로 하고 있지만, 국내 기준치는 kg당 30mg이고 미국에서는 940mg로 둘만큼 국가별로 큰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다만, 유럽은 0.05mg으로 대만과 같은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상이한 안전기준치 사례를 통해 유럽과 대만이 국민건강에 대해 얼마나 철저히 단속하는지 가늠케 하더군요. K-라면은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리콜된 바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2021년 오뚜기를 비롯한 삼양식품과 농심의 라면 제품들이 리콜을 받았는데, 이유는 라벨표기 불일치 때문이었죠. 특히 오뚜기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캐나다와 미국 같은 이유로 리콜됐죠. 오늘날 한국 라면은 원조국이 일본이란 사실이 잊혀질만큼 세계에서 자랑스럽게 활동하는 'K-푸드' 국가대표로 올라섰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라면 수출액은 연평균 19.5% 증가했고 올해 역시 1월부터 5월까지 라면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6.2% 늘어 월수출액 '1억 달러 시대'도 열었는데요. 해외현지 공장에서 라면을 생산해 직접유통하는 물량까지 감안하면, K-라면의 글로벌 침투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라면 인기에 반비례한 기업들의 준비 역량이 아쉽습니다. 미국과 동남아 등에 한정됐던 수출무대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들려온 다양한 리콜 소식은 국내 라면 제조기업들의 안일한 사전준비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차이나 오해, 상이한 안전기준 등은 각 나라별 상황에 대한 꼼꼼한 조사와 분석이 이뤄졌다면, 놓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리콜 이슈는 기업을 비롯한 제품 신뢰도와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점차 넓어지는 영토에서 K-라면이 '세계 속 라면'으로 입지를 더욱 굳히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수출국가에 대한 상세하고 면밀한 재점검이 필요한 때입니다.

[알쏭달쏭Y] K-라면의 '황당'한 리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K-푸드 대표주자로 올라선 라면, 높아지는 인기에 리콜도 덩달아 증가
덴마크·대만·멕시코까지, 이유도 제각각…'월수출 1억 달러' 소울푸드의 불명예

전지현 기자 승인 2024.06.13 17:57 | 최종 수정 2024.06.13 18:19 의견 0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계를 휩쓰는 K-라면이 높아지는 인기만큼 잡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K-라면의 선두주자 삼양라면이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으로부터 리콜 조치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덴마크 수의식품청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럼 식품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기에, 수출 효자로 등극할만큼 해외에서 사랑받는 삼양라면에 대한 소식은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헌데 이유가 황당했죠. '매워도 너무 맵다'는 것이었기 때문인데요. 리콜 명령을 받은 제품은 '핵불닭볶음면 3×Spicy(3배 매운맛)', '핵불닭볶음면 2×Spicy(2배 매운맛)', '불닭볶음탕면' 등 매운맛을 담은 3종 라면이었습니다. 덴마크 수의식품청은 제품 한 봉지에 든 캡사이신 수치가 너무 높아 소비자가 급성 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더군요.

품질 문제가 아닌 너무 매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으로 리콜 조치를 받은 것은 문화적 차이가 불러온 결과로 보입니다. 실제 온라인 상에서는 덴마크인들이 매운 양념에 대한 포용도가 낮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는데요. 삼양식품 입장에서도 '매운 맛'으로 글로벌 입맛을 잡았는데, '매운 맛'으로 처음 리콜 명령을 받았으니 내부적으로 덴마크 시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최근 5년새 K-라면은 다양한 국가에서 리콜 명령을 받아 왔습니다. 앞서 농심의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은 한국 라면 수출 규모 4위 대만에서 2-CE(2클로로에탄올) 검출로 전량 리콜됐고, 2년 전에는 수출용 '신라면 레드'가 아이슬라드에서 농약성분 검출로 리콜됐습니다. 두 사례 모두 국가별 시각과 기준치가 달라 발생한 이슈였죠.

일례로 비교적 최근 사례인 대만의 리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대만 통관과정에서 발견된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서 검출된 물질은 2CE(2클로로에탄올)였습니다. 2CE는 환경에서 유래할 수 있는 물질이나, 대만은 EO(에틸렌옥사이드)의 대사물질로 판단하고 있어 부적합 판정을 내렸습니다. 에틸렌옥사이드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인체에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분류되는 물질이기 때문이죠.

특히, 대만에서는 이 성분 기준치를 kg당 0.075mg로 하고 있지만, 국내 기준치는 kg당 30mg이고 미국에서는 940mg로 둘만큼 국가별로 큰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다만, 유럽은 0.05mg으로 대만과 같은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상이한 안전기준치 사례를 통해 유럽과 대만이 국민건강에 대해 얼마나 철저히 단속하는지 가늠케 하더군요.

K-라면은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리콜된 바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2021년 오뚜기를 비롯한 삼양식품과 농심의 라면 제품들이 리콜을 받았는데, 이유는 라벨표기 불일치 때문이었죠. 특히 오뚜기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캐나다와 미국 같은 이유로 리콜됐죠.

오늘날 한국 라면은 원조국이 일본이란 사실이 잊혀질만큼 세계에서 자랑스럽게 활동하는 'K-푸드' 국가대표로 올라섰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라면 수출액은 연평균 19.5% 증가했고 올해 역시 1월부터 5월까지 라면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6.2% 늘어 월수출액 '1억 달러 시대'도 열었는데요. 해외현지 공장에서 라면을 생산해 직접유통하는 물량까지 감안하면, K-라면의 글로벌 침투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라면 인기에 반비례한 기업들의 준비 역량이 아쉽습니다. 미국과 동남아 등에 한정됐던 수출무대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들려온 다양한 리콜 소식은 국내 라면 제조기업들의 안일한 사전준비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차이나 오해, 상이한 안전기준 등은 각 나라별 상황에 대한 꼼꼼한 조사와 분석이 이뤄졌다면, 놓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리콜 이슈는 기업을 비롯한 제품 신뢰도와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점차 넓어지는 영토에서 K-라면이 '세계 속 라면'으로 입지를 더욱 굳히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수출국가에 대한 상세하고 면밀한 재점검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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