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워홈. 아워홈의 경영시계가 '구미현 체제' 후 숨이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오너일가의 '남매의 난' 끝에 이사회를 장악한 구미현 아워홈 회장은 취임 직후 경영권 매각을, 이틀 뒤에는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언뜻 갈팡질팡 행보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론 매각 불발을 염두한 플랜B로, 구 회장의 '현금화'란 최종 목표를 향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아워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1일 국내 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단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6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연내 기업공개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할 방침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자학 선대회장의 창업정신을 따라 전세계 식음 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아워홈 도약을 위해 기업공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향후 실적 및 수익성도 긍정적인 만큼 IPO 추진에 탄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눈높이는 높지만…'구미현-구본성 연합' 지분률·법적 다툼 등 변수 산재 구 회장은 지난 19일엔 '회사 매각'을 깜짝 선언하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경영권을 장악하고 회장에 오른지 단 하루만의 일이었다. 아워홈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구미현 사내이사를, 구 회장의 남편인 이영열 사내이사를 부회장직에, 그리고 이영표 전 구자학 선대 회장 비서실장은 경영총괄사장에 선임했다. 구미현 회장은 창업자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녀로, 지난달 임기가 만료된 구지은 전 부회장 체제에 뒤를 이어 아워홈 대표 및 회장직에 올랐다. 전업주부였던 구 회장과 전 한양대 의대 교수였던 이 부회장이 돌연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매각을 염두한 행보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구미현 회장이 수차례 '줄타기' 행보를 보인 것도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7년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섰다가 2021년 오빠를 대표이사에서 끌어내릴 당시엔 막내동생인 구지은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오빠 편에 서 '구지은 체제'를 강제 종결시켰다. 구 회장의 배당금이 지난 10년간 약 260억원에 달했으나 '구지은 체제'에서 1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게 배경으로 거론되어 왔다. 구 회장의 잇따른 발표는 경영권 매각과 상장을 동시에 이루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장남과 함께 오래전부터 지분을 매각하겐단 의지를 드러내온 만큼, 최종 목표는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화인데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기대치보다 낮을 수 있어서다. 아워홈 매각가는 최대 2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22년 구본성 전 부회장 등과 공동 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아워홈 기업 가치를 최대 2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워홈은 최근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향후 실적전망도 긍정적이어서 '몸 값' 기대치를 높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관련업계에서는 구 회장과 매각의 뜻을 같이 해온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등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인수자를 물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지난 2020년 창사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던 아워홈은 이듬해 매출 1조7408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으로 1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엔 구지은 전 부회장이 주도한 해외 사업 성과가 두드러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아워홈 지분구조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다. 매각을 원하는 '구미현-구본성 연합'의 합산 지분은 60% 수준인 반면, 차녀 구명진 씨와 구지은 전 부회장은 각각 19.6%, 20.67%를 보유하고 있다. 아워홈 정관상 지분 매각 시 다른 주주들이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이 제3자에게 경영권 및 지분을 일방적으로 매각하기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각이 흥행하지 못할 가능성을 열고 IPO도 추진하는 것이란 시선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넘어야할 산은 많다. 우선 퇴출된 구지은 전 부회장이 법정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2021년 구미현 회장과 구명진 씨 등 세자매끼리 '앞으로 주총에서 모든 안건 의결권을 통일해 행사한다'는 내용의 의결권 통합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이를 위반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각각 300억원씩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아워홈은 2026년 상반기 중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단 계획이지만, 경영권 분쟁 불씨가 1년 이내에 종식되지 않는다면 상장 추진과정에서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국내 한 치킨업체는 지난 2018년 3월 상장을 공식화했다가 오너 일가의 도덕성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최근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가 기업 체력은 물론 지배구조와 경영진 도덕성까지 고려해 투자자들에게 위험요소가 없는지 살펴보는 등 갈수록 깐깐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Biz뷰] 숨 가쁜 아워홈 경영시계, '재벌집 큰언니' 셈법은?

구미현 아워홈 회장, 취임 직후 '매각→상장' 발표 잇따라
'최종 목표=현금화', 매각 불발 염두한 IPO 동시 추진 관측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6.22 09:00 의견 0
사진=아워홈.


아워홈의 경영시계가 '구미현 체제' 후 숨이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오너일가의 '남매의 난' 끝에 이사회를 장악한 구미현 아워홈 회장은 취임 직후 경영권 매각을, 이틀 뒤에는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언뜻 갈팡질팡 행보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론 매각 불발을 염두한 플랜B로, 구 회장의 '현금화'란 최종 목표를 향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아워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1일 국내 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단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6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연내 기업공개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할 방침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자학 선대회장의 창업정신을 따라 전세계 식음 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아워홈 도약을 위해 기업공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향후 실적 및 수익성도 긍정적인 만큼 IPO 추진에 탄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눈높이는 높지만…'구미현-구본성 연합' 지분률·법적 다툼 등 변수 산재

구 회장은 지난 19일엔 '회사 매각'을 깜짝 선언하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경영권을 장악하고 회장에 오른지 단 하루만의 일이었다. 아워홈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구미현 사내이사를, 구 회장의 남편인 이영열 사내이사를 부회장직에, 그리고 이영표 전 구자학 선대 회장 비서실장은 경영총괄사장에 선임했다. 구미현 회장은 창업자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녀로, 지난달 임기가 만료된 구지은 전 부회장 체제에 뒤를 이어 아워홈 대표 및 회장직에 올랐다.

전업주부였던 구 회장과 전 한양대 의대 교수였던 이 부회장이 돌연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매각을 염두한 행보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구미현 회장이 수차례 '줄타기' 행보를 보인 것도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7년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섰다가 2021년 오빠를 대표이사에서 끌어내릴 당시엔 막내동생인 구지은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오빠 편에 서 '구지은 체제'를 강제 종결시켰다. 구 회장의 배당금이 지난 10년간 약 260억원에 달했으나 '구지은 체제'에서 1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게 배경으로 거론되어 왔다.

구 회장의 잇따른 발표는 경영권 매각과 상장을 동시에 이루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장남과 함께 오래전부터 지분을 매각하겐단 의지를 드러내온 만큼, 최종 목표는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화인데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기대치보다 낮을 수 있어서다. 아워홈 매각가는 최대 2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22년 구본성 전 부회장 등과 공동 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아워홈 기업 가치를 최대 2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워홈은 최근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향후 실적전망도 긍정적이어서 '몸 값' 기대치를 높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관련업계에서는 구 회장과 매각의 뜻을 같이 해온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등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인수자를 물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지난 2020년 창사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던 아워홈은 이듬해 매출 1조7408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으로 1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엔 구지은 전 부회장이 주도한 해외 사업 성과가 두드러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아워홈 지분구조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다. 매각을 원하는 '구미현-구본성 연합'의 합산 지분은 60% 수준인 반면, 차녀 구명진 씨와 구지은 전 부회장은 각각 19.6%, 20.67%를 보유하고 있다. 아워홈 정관상 지분 매각 시 다른 주주들이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이 제3자에게 경영권 및 지분을 일방적으로 매각하기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각이 흥행하지 못할 가능성을 열고 IPO도 추진하는 것이란 시선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넘어야할 산은 많다. 우선 퇴출된 구지은 전 부회장이 법정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2021년 구미현 회장과 구명진 씨 등 세자매끼리 '앞으로 주총에서 모든 안건 의결권을 통일해 행사한다'는 내용의 의결권 통합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이를 위반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각각 300억원씩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아워홈은 2026년 상반기 중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단 계획이지만, 경영권 분쟁 불씨가 1년 이내에 종식되지 않는다면 상장 추진과정에서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국내 한 치킨업체는 지난 2018년 3월 상장을 공식화했다가 오너 일가의 도덕성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최근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가 기업 체력은 물론 지배구조와 경영진 도덕성까지 고려해 투자자들에게 위험요소가 없는지 살펴보는 등 갈수록 깐깐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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