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제로 수수료 정책’을 시작한 지 넉달만에 고객 자금 유입세가 둔화되고 있다.
12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메리츠증권 슈퍼365계좌 고객예탁자산 잔고는 5조5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해 리테일 시장 공략에 나선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제로 수수료 이벤트를 시작했다.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 수수료는 물론 환전 수수료를 오는 2026년말까지 무료화한 것이다.
파격적 이벤트에 대해 고객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11월 당시 95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고객예탁자산은 단기간 급증하며 빠른 효과를 보였다.
약 3주만에 2조원을 넘어선 예탁자산은 1월 시작과 함께 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14일 5조원을 넘어설 때까지 고객예탁자산은 3주를 주기로 1조원씩 불어났다. 하지만 최근 3주간 증가액은 5000억원에 그쳤다.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이벤트 시행 이전 대비 고객예탁자산은 5배 이상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리테일 시장 점유율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는 정도는 아니다. 1월말 현재 키움증권의 고객예탁자산은 113조2000억원 규모다.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된 것은 이벤트 시행 초기 효과 희석과 함께 최근 주식 시장 부진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달간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7.93%, 11.26% 하락했다. 국내 증시 역시 동반 약세를 보이자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거래량이 줄어든 상태다. 지난 2주간 증시 거래대금은 171조원 수준으로 직전 2주간 거래대금인 212조원 대비 19.3% 가량 적다.
이와 함께 지난달 벌어진 미국 주식 오류 역시 메리츠증권에 대한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20일 하이드마와 MGO글로벌의 합병 비율을 잘못 산정하면서 투자 시장에 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미국 주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메리츠증권은 거래정지 기간에 거래를 차단하는 조치를 하지 않은 데다가 교환비율을 수정하지 않아 주가의 급격한 변동성을 야기했다.
한 증권사 WM부문 임원은 “통상 이벤트로 인한 플러스 효과는 초기에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시행 4개월을 넘어선 만큼 향후 상대적 증가폭이 높아지기보다는 완만한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투자고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가 매매 관련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유무형의 손실인데 증권사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는 고객 신뢰도에 치명적인 부분인 만큼 메리츠증권도 더 집중해 보완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