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현대해상 캡처 '아동 언어 검사 무료로 받으세요'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흔적을 남겼다. 이 가운데 하나는 '코로나 키즈'. 가장 중요한 발달기에 마스크를 쓰고 자란 아이들은, '언어 지연'으로 내몰렸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의 언어 습득력이 정상 범주인지 지연인지 판단하기 위해 '언어치료센터'의 '무료 검사'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부모들의 발걸음은 '과잉 진료' 우려로 이어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는 고급 학원 보내듯이 언어치료 맡겨놓고, 엄마는 그 옆 병원에서 마사지 받듯이 도수치료 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전해왔다. 2022년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보험금 지급 수준을 유지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실손의료보험의 누적 위험손실액은 약 30조원으로 추정된다. 정상화를 위해선 향후 5년 동안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발달지연 의심 아동의 실손보험 청구 문제는 어린이보험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해상의 최대 이슈 중 하나다. 발달지연 아동 치료비 부지급 건은 국정감사에 두 번이나 오를 만큼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현대해상은 지난 5월 '발달지연 무자격자 의료행위 심사강화' 내용을 고객들에게 발송하고, 민간치료사 등 무자격자에 의한 치료 비용은 실손의료비보험의 청구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사무장병원 및 놀이치료사, 미술치료사 등 민간치료사는 의료행위 자격이 없으므로 이들을 통한 치료는 실손보험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 반면 어린이보험 가입자들은 보험금을 수령하는 팁을 서로 공유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언어 치료가 길어지면 보험사랑 싸울 일이 많아질 거예요. 진짜 스트레스. 항상 전투 모드로 계세요." 비단 발달지연 아동 치료 문제만이 아니다.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 등 보험업계에서는 요주의 청구 항목이 매년 늘고 있다. 사보험만의 문제도 아니다. 실손보험 가입이 확대됨에 따라 환자에게 발생하는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과 민영건강보험이 나눠 지출하면서, 상호 '동기화 현상'이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민영건강보험의 지출 증가가 국민건강보험의 지출 증가를 자극하거나 유발한다는 의미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본인부담금으로 지출하던 의료 비용을 실손보험 가입으로 상쇄시키면서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 수요를 늘려나가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과 금융당국도 상호 연계해 비급여 심사체계를 구축하고,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는 등 '공사보험의 연계'를 통한 다양한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보험과 사보험의 정보교류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아주대학교 법학연구소가 올해 발간한 '공・사보험 연계에 대한 법적 연구'에서는 공사보험의 정보교류를 위한 법 개정을 강조했다. 김소연 저자는 "보험재정 누수 문제는 의료기관과 관련이 있는 모든 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각 보험제도의 취지와 제도 간 상호연계성을 고려하면서 공·사보험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각 보험 간 정보교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 아이 '언어 치료', 바우처냐 실손보험이냐

발달 지연된 코로나 키즈, 언어치료 수요 ↑
보험사들 실손보험 과잉·과다 청구 '골머리'
전문가들 "공·사보험 새판 짜야"

황보람 기자 승인 2024.09.25 17:07 의견 0
자료=현대해상 캡처

'아동 언어 검사 무료로 받으세요'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흔적을 남겼다. 이 가운데 하나는 '코로나 키즈'. 가장 중요한 발달기에 마스크를 쓰고 자란 아이들은, '언어 지연'으로 내몰렸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의 언어 습득력이 정상 범주인지 지연인지 판단하기 위해 '언어치료센터'의 '무료 검사'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부모들의 발걸음은 '과잉 진료' 우려로 이어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는 고급 학원 보내듯이 언어치료 맡겨놓고, 엄마는 그 옆 병원에서 마사지 받듯이 도수치료 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전해왔다.

2022년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보험금 지급 수준을 유지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실손의료보험의 누적 위험손실액은 약 30조원으로 추정된다. 정상화를 위해선 향후 5년 동안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발달지연 의심 아동의 실손보험 청구 문제는 어린이보험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해상의 최대 이슈 중 하나다. 발달지연 아동 치료비 부지급 건은 국정감사에 두 번이나 오를 만큼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현대해상은 지난 5월 '발달지연 무자격자 의료행위 심사강화' 내용을 고객들에게 발송하고, 민간치료사 등 무자격자에 의한 치료 비용은 실손의료비보험의 청구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사무장병원 및 놀이치료사, 미술치료사 등 민간치료사는 의료행위 자격이 없으므로 이들을 통한 치료는 실손보험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

반면 어린이보험 가입자들은 보험금을 수령하는 팁을 서로 공유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언어 치료가 길어지면 보험사랑 싸울 일이 많아질 거예요. 진짜 스트레스. 항상 전투 모드로 계세요." 비단 발달지연 아동 치료 문제만이 아니다.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 등 보험업계에서는 요주의 청구 항목이 매년 늘고 있다.

사보험만의 문제도 아니다. 실손보험 가입이 확대됨에 따라 환자에게 발생하는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과 민영건강보험이 나눠 지출하면서, 상호 '동기화 현상'이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민영건강보험의 지출 증가가 국민건강보험의 지출 증가를 자극하거나 유발한다는 의미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본인부담금으로 지출하던 의료 비용을 실손보험 가입으로 상쇄시키면서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 수요를 늘려나가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과 금융당국도 상호 연계해 비급여 심사체계를 구축하고,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는 등 '공사보험의 연계'를 통한 다양한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보험과 사보험의 정보교류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아주대학교 법학연구소가 올해 발간한 '공・사보험 연계에 대한 법적 연구'에서는 공사보험의 정보교류를 위한 법 개정을 강조했다.

김소연 저자는 "보험재정 누수 문제는 의료기관과 관련이 있는 모든 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각 보험제도의 취지와 제도 간 상호연계성을 고려하면서 공·사보험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각 보험 간 정보교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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