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19일 ‘정비사업 활성화 가로막고 있는 이주비 대출 규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이주비 대출이 실질적으로는 사업비 대출 성격을 가지나 기술적으로 가계대출로 분류되고 있어 최근 대출 규제를 받아 조달 비용이 크게 높아진 문제가 발생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대출 규제를 받아 조달 비용이 크게 높아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주비 대출을 가계대출과 분리해 별도의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건산연에 따르면 정비사업은 ‘직주근접이 가능한 곳의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는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2021년부터 공사비와 금리가 동시에 상승했고 이로 인해 이듬해 후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했다. 그 영향으로 내년부터는 신규 주택 준공 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근 일부 선호지역에서의 주택가격 폭등의 핵심 원인 중 하나라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주택공급이 급감하는 상황 속에 정부와 지자체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역간 ‘초양극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소수 선호지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는 사업성 부족으로 인한 사업지연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의 규제로 이주비 대출 금리가 크게 상승하여 사업성을 추가로 저하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정비사업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상행위를 하고 있는 기성시가지에서 진행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착공 가능한 토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원주민들이 공사 기간에 이주해야 한다. 여기에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주비 대출은 사람들의 이주와 착공 가능한 토지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업비 대출의 성격이라는 게 건산연의 시각이다.

정비사업에서는 이주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조합과 조합원들의 금융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신속한 이주 절차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원활한 이주비 대출 공급은 조합과 조합원 모두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현재 이주비 대출은 가계부채(부동산 담보대출)로 분류한다. 이로 인해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규제로 인해 조달 금리가 크게 증가 했다.

올해 7월부터 본격화한 가계대출 관리 규제에도 지난달 중순까지는 상호금융권 등이 3.8% 수준의 비교적 낮은 이자율로 이주비 대출을 실행했다. 대출 관리 규제가 정비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지난달 20일부터 금융당국의 2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관련 개입 강도가 높아졌고 이후부터 이주비 대출 금리가 지난달 말 기준 약 4.4% 수준까지 올랐다.

이에 건산연은 이주비 대출은 실질적으로는 ‘토지 준비’ 목적의 사업비 대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반적인 가계대출과 같은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닌 별도의 항목으로 분류하고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지난 정부 주택정책의 결과를 통해 수요억제 중심의 주택정책 만으로는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도, 그리고 역설적으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이주비 대출 관리 체계 개선은 대다수 지역의 정비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하여, 주택 공급 확대와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