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attery-America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무 구조 개선과 함께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지난해 SK E&S와 합병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한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캐즘의 장기화와 보조금 축소 등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배터리 공장의 시설투자(CAPEX) 규모가 절반 이하로 축소되며 사업 방향이 조정되고 있다.

트럼프 1기 '조공' 미 공장···가동률 10~20% 그쳐

지난 2018년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전 3조원을 투자해 연간 43만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 이후 26억 달러(약 2조9370억원)를 추가 투자해 3‧4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를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 사업에 힘을 실었다.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로 미국 정계의 지지를 받은 SK이노베이션은 패색이 짙었던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소송을 합의로 끝마칠 수 있었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진행된 영업비밀 침해소송 예비 결정에서 조기 패소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 조치를 결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와 이어진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기 까지 거부권 카드를 고민하며 양 사를 협상 자리로 불렀다.

시설투자 절반 줄이고 가동 시점 재점토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었던 배터리 공장이 지금은 고민거리가 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온 전 공장의 제품 수율은 90% 이상을 맞춘 것으로 파악되지만, 작년 상반기 공장 가동률은 중국 85%, 유럽 70%, 미국 10~20%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 내 전기차 보조금 감축 움직임과 미국 ‘트럼프 리스크’도 여전하다. 미국 공장의 저조한 가동률이 지속되면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SK온은 미국 테네시 주에 위치한 블루오벌SK CAPEX를 7조5000억원에서 3조원까지 축소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올해 SOP(순차 상업 가동)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시장 상황을 검토해 최적의 SOP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산 원유 들어오면 가격 경쟁력 생겨···반사이익 가능

유가 의존도가 높은 정유업은 가격 경쟁력에 기대를 품는다.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전쟁의 대상이 된 ‘원유’가 유입될 경우 가격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미국의 원유 공급 1위국으로 전체 수입의 60%를 차지한다. 글로벌 4위 캐나다산 원유가 미국으로 가지 못한다면 아시아로 흘러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글로벌 5위권의 석유 제품 수출국인 한국이 주요 고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다.

WTI(서부텍사스원유)나 두바이 원유 가격의 경우 최근 배럴당 70달러 윗선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반해 캐나다산 원유는 최근 배럴당 60달러 내외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오일샌드 비중이 높고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캐나다산 원유의 약점이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경우 중질유 정제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일 실적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을 통해 "기회에 따라 캐나다산 원유를 도입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영규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캐나다산 원유의 프리미엄 변동에 따라 경제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향후 상황이 닿는대로 도입할 예정"이라며 "캐나다산 원유의 아시아 공급 증가가 이뤄진다면 조금 더 저렴한 원유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