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가 올해 유가 안정과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인 가운데 캐나다산 원유에 대해 추가 관세가 부가돼 이들 원유가 국내로 들어올 경우 탈황 설비를 고도화한 HD현대오일뱅크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캐나다산 원유 등 에너지 제품에는 10%)를 부과한다고 밝혔다가 30일 간의 유예 기간을 뒀다. 캐나다는 세계 4위 원유 생산국으로 전체 생산량의 81%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그 중 97%가 미국으로 나가고 있는데 10% 관세로 인해 새로운 수출 시장을 찾을 경우 한국은 중요한 신규 시장이 될 수 있다.

정제설비 고도화율 41.7%···중질유 탈황에 유리

캐나다산 원유는 기존 원유 대비 최대 20%까지 저렴하지만 중질의 고유황유라 정제 처리 시설이 필요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고 수준의 고도화율(2023년 기준 41.7%)을 확보해 캐나다산 중질유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수혜가 예상된다. 지난 2020년 중질유탈황설비(RDS) 증설을 통해 가격이 싼 중질유를 경질유(휘발유‧경유)로 정제할 수 있는 설비를 확충해 RDS를 이용하면 잔사유에 포함된 황 등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다.

또,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분해 공정인 ‘딜레이드 코커(Delayed Coker)’를 갖추고 있어 고도화에 강하다. 다양한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정제설비를 덕분에 미국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질 때 한층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북미 넘어 미국 본토까지 확장···수출 시장 다변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에너지 통상 압박을 시작했을 때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산 원유를 수입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최초로 미국산 원유를 수입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 차원에서 미국산 원유 도입이 추진됐으나, 중동산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경제성이 확보되면서 실익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의 사업 협력도 활발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7월 하와이에 석유제품 완제품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부터는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휘발유‧경유를 직접 수출해 왔다. 지난달 미국 SUNOCO사와 연 36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제품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통해 하와이, 알래스카, 괌 등을 넘어 미국 본토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2년 이후 대 미국 수출 비중을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전통적인 아시아 시장, 뉴질랜드 등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국제 유가 하향 안정화 및 친환경 투자 부담 축소로 이어져 정유 업계가 안정되고, 장기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정제마진이 상승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원유 및 환율에 따른 유동성에 트럼프의 오락가락한 정책은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해 3분기 윤활기유 부문 유일 흑자···포트폴리오 확장

HD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정유 매출 비중을 45%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윤활유사업 및 친환경 바이오 사업 등 정유 부문 내에서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과 함께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사업 부문은 윤활기유 부문이다.

지난해 3분기 윤활기유부문은 매출 3,589억원, 영업이익 409억원으로 사업 부문 내 유일한 흑자를 기록했다.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의 일렉트로세이프 프로그램은 세계 최대 액침냉각 시스템 기업인 GRC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해당 인증은 아직 공인 제품 규격이 미흡한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시장에서 가장 신뢰성 높은 지표로 평가받는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캐나다산 원유 관세 인상 영향에 대해 “국내 정유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캐나다 원유는 일부 미국 정유 기업에서 쓰이고 있었는데 관세 부과로 인해 이들 기업의 가동률이 하락하고 제품 시황의 강세가 예상된다”며 “미국으로 넘어가지 못한 캐나다산 중질유가 시장에 많이 공급돼서 증질유 원유를 원하는 국내 기업들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