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가 1월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효성티앤씨
당초 외부 매각을 추진했던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를 효성티앤씨가 인수했다. 효성티앤씨는 중국 NF3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재무 상태가 부담으로 작용해 자칫 계열사 내 위험이 전이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게다가 지난달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던 잔금 납부가 미뤄지면서 속내에 관심이 모인다.
효성티앤씨는 이달 28일 효성화학 특수가스(NF3)사업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당초 효성화학은 특수가스 사업부의 외부 매각을 추진했으나 협상이 최종 단계에서 결렬되면서 계열사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효성티앤씨는 중국 NF3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하며 인수를 결정했다.
■ 포트폴리오 다변화 통해 업황 변화 리스크 제거
이번 인수를 통해 효성티앤씨는 섬유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특화 소재 시장에 진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경영 리스크를 분산시킬 방침이다. 효성티앤씨가 주력하는 섬유 부문의 스판덱스 사업은 글로벌 업계 1위로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지만 업황 변화에 민감해 잠재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효성티앤씨는 2016년부터 중국 취저우에서 NF3를 생산해왔으며 한 차례 증설로 연산 3500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문의 NF3 생산능력(8000t)이 더해진다면 연산 총 1만1500t의 NF3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돼 글로벌 2위 NF3 공급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
효성티앤씨는 “미래 성장 동력이 필요하단 판단 하에 이뤄진 거래”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이 업사이클로 전환하면 특수가스 사업의 수익성 역시 개선할 것으로 봤고, 효성티앤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단 계획이다.
■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10배 넘는 차입금 '부담'
효성티앤씨의 재무 부담은 문제로 지적된다. 당초 인수 계약은 지난달 마무리 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달 까지 두 번에 나눠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만일 28일까지 잔금 4800억원을 납부하지 못하면 인수 계약이 무효화된다. 지급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효성티앤씨의 자회사인 효성네오켐 지분 100%에 대한 근질권 계약을 체결했다. 효성티앤씨는 이번 인수를 위해 내부자금 50%와 인수금융 50%를 각각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효성티앤씨의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87억원이다. 단기 금융자산을 보탠 기타유동자산도 840억원에 불과하다. 총차입금과 순차입금은 각각 1조2427억원, 1조1439억원으로 현금 자산의 10배가 넘는다. 단기 차입금은 약 8838억원이며 회사가 보유한 매출채권 9595억원은 상당 부분이 해외 거래와 연관돼 즉각적인 회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자칫 재무위험이 효성화학에서 효성티앤씨로 옮겨질 수 있다.
■ 반도체 업황에 기댄 특수가스, 신제품 개발 과제
업황에 민감한 스판덱스 사업 외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특수가스 사업은 반도체 업황에 기대고 있어 불확실성에 불확실성을 더한 셈이다. 효성티앤씨는 현재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NF3 사업의 비중을 2029년까지 약 50% 수준으로 낮추면서, 신제품 개발 등 투자를 통해 약 20여 종에 이르는 특수가스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익 구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문은 현존하는 NF3 생산 공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옥산공장 증설분이 올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추가되면서 업계 최상위권 지위가 유지될 것”이라며 “NF3의 원재료가 되는 무수불산 가격도 최근 들어 하향 안정화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