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삼불화질소(NF3) 공장 (사진=효성화학 홈페이지)

효성화학이 알짜 사업부 '특수가스(네오켐 사업부)'를 효성티앤씨에 넘겼다. 9700%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낮춰 급한 불을 껐지만, 효성화학은 단기 차입금이 2조원이 넘어 여전히 형편은 어렵다. 더욱이 지난달 받은 매각대금 대부분은 베트남 법인 출자에 들어가 재무 건전성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달 23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그룹계열사인 효성티앤씨에 특수가스 사업부(네오켐 사업부)를 매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같은 날 효성티앤씨 역시 임시주총을 열어 사업부 인수 안건을 의결해 거래가 마무리됐다. 매각 대상은 용연, 옥산공장 생산시설을 포함한 특수가스 제조 및 판매업으로 양수가액은 9200억원이다.

■ 전체영업익 12% 차지하는 특수가스 매각

여기서 생산되는 삼불화질소(NF3)는 반도체 공정에 주로 쓰이는 무색 가스다. 효성화학이 발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NF3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2분기 연결기준 5.70% 가량이다. 매출액은 약 1684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12%를 차지한다.

이번 매각으로 캐시카우를 잃게 되는 효성화학의 사업은 폴리프로필렌(이하 PP)에 집중된다. PP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3.67%다. 베트남 생산설비의 본격가동 이후 생산능력이 커져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베트남 법인 '효성비나케미칼'은 LPG가스부터 프로필렌 및 PP 생산까지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글로벌 기지로 총 1조3600억원이 투입됐다.

다만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업황 악화로 효성비나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 746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 부실 여파로 효성화학 부채비율은 2021년 522.1%, 2022년 2632%, 2023년 4935%, 2024년 3분기 9779%까지 치솟았다.

■ 인수대금 1380억원 받고 베트남 법인에 1174억원 투자

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효성티앤씨)

특수가스 부문 매각으로 재무 여력을 확보한 효성화학은 베트남 법인 정상화를 지속 추진한다. 시황 회복기까지 버티면 성장 잠재력이 남아있다는 판단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효성화학은 효성비나케미칼에 1174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효성티앤씨가 지급한 계약금 대부분이 베트남 법인 출자에 들어간 셈이다. 지난달 8일에는 2조2000억원의 채무보증도 섰다.

효성티앤씨는 인수대금 9200억원 중 계약금 1380억원을 지난달 19일 지급했다. 오는 31일 잔금 7820억원을 납입할 계획이었지만 이 계획을 변경해 이달 31일 3220억원, 2월28일 4600억원을 나눠서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2조3022억원, 금융비용 1966억원, 이자비용만 450억원에달하는 효성화학의 상황은 매각 대금이 모두 들어오는 2월 말 이후에도 극적 반전은 어렵다.

PP시장 회복도 확실하지 않다. 최근 PP 시장은 국내 대형 화학기업들이 PP 신증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PP의 국내외 설비증설로 인해 공급이 늘어나는 양상인데다가 전 세계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은 경제 자립 강화에 따라 수입을 줄이고 있다.

요원한 업황 회복·여전한 부채···나아지지 않은 살림

주요 원재료인 LPG 가격이 상승하여 원가 부담이 가중되어 매출 의존도가 높은 PP의 판매가 부진할 경우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프로판 대비 PP 스프레드는 400달러가 넘었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스프레드는 2023년 연평균 대비 11% 가량 추가로 하락했다.

시장은 모회사인 효성의 지원을 기대한다. 효성은 지난해 2월과 9월 각 1000억원의 효성화학 사채를 매입해 2000억원을 지원했다. 앞서 추진됐던 IMM프라이빗에쿼티-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매각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전 단계에서 무산된 후 효성티앤씨가 인수한 것도 사실상 '계열사의 지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후 PPDH, TPA, 필름, 옵티컬, POK 5개의 사업부로 개편한다. 매각 대금을 활용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는 "변화된 사업환경에서 먼저 건전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 후 기존사업은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