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서 EDGE 그룹 CEO '파이살 알 반나이(Faisal Al Bannai,왼쪽)'을 만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 (사진=한화)

한화오션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으로 2379억원을 거두며 2020년 이후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상선사업부의 실적과 특수선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올해는 미 해군 군함 MRO(유지·보수·정비) 수주 확대와 미군 함정 건조 시장 개방 가능성이 열려 호재에 호재를 더하는 분위기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지난해 한화오션 연구원을 찾아 “그룹 미래의 선두에 조선해양 부문이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예언과 같이 한화오션의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2월 17일 종가 7만7600원 기준) 244% 올랐다.

국내 조선업계 최초 미 해군 MRO 사업 수주…트럼프와 오랜 인연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해군 MRO 사업을 수주해 주목받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 “한국의 함정 건조 능력을 알고 있으며,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도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누길 원한다”고 요청하면서 미국과 특별한 친밀 관계를 이어온 한화와 트럼프의 오랜 인연까지 재조명 됐다.

한화오션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MRO 사업 수주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4만톤 규모의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의 MRO 사업을 따냈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인 유콘함의 사업을 수주했다. 올해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프로사무소에서 발주한 사업 2건도 모두 따냈다.

지난해 8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획득한 지 불과 한달 여만에 첫 사업을 수주해 함정 기술력과 정비 관련 인프라에 대한 신뢰를 반증했다.

전세계 MRO 80조원 시장 가운데 미국 20조원 차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함정의 80% 정도가 2010년 이전 진수된 모델인 탓에 MRO 수요가 많지만 미국 내 조선소 가운데 이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은 4곳에 불과한 곳으로 알려졌다. 함정 노후화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외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연간 약 80조원 규모의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가운데 약 20조원을 미국이 차지하고있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구축함 사업의 모든 라인업(KDX-I,II,III)에서 건조 실적을 갖고 있는 유일한 회사다.

미국 의회가 최근 한국 등 동맹국이 미국 해군 군함 건조를 맡을 수 있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이 발의하면서 한화오션은 함정 신조 건조까지 진출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이미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약 1380억원에 인수해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필리조선소는 한화시스템이 60%, 한화오션이 40% 지분율로 인수했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필리조선소···미국 내 생산거점 가치 향상, 내년 흑자전환 예상

필리조선소는 중소형 상선을 전문적으로 만들고 있는 조선소로 현재 도크에 3년치 일감이 쌓여 있지만, 인건비 등으로 인해 실적은 적자인 상태다. 필리조선소 캐파(CAPA·생산능력)는 연간 1~1.5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수준이다. 향후 생산 효율이 올라간다면 연 최대 4척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신증권은 필리조선소가 내년에나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환 애널리스트는 “일차적으로는 미국 상선 건조 확대에 대응하는 한편, 차후 라이센스 취득을 통해 함정 건조 진출까지 계획 중”이라며 “미 해군의 신예 함정 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 내 생산거점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리조선소는 올해부터 한화시스템 자회사로서 손익이 연결된다. 한화시스템 IR 담당 한상윤 전무는 "과거 필리조선소가 적자를 낸 이유는 다목적 훈련함(NSMV)과 암반설치선박(SRIV) 신조 함정에 대한 시행착오가 주요 원인"이었다며 "적자분은 지난 2023~2024년에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올해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확대, 잠수함 3척 신조, MRO 사업 확대, 해양 신규 프로젝트 착수 등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그동안의 공정 지연을 극복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본격 건조, 초격차·친환경 기술 선도 등을 차질 없이 실행함으로써 내실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