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공사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 입구. (사진=김성준 기자)
#. 현무암 돌담 옆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가길 얼마간, 이내 그 마저도 끊기고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가 나타난다. 빽빽한 침엽수림 사이로 좁게 나 있는,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구불구불한 흙길은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주파하기 힘들만큼 험했다. 오지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숲길을 지나니 군사시설을 방불케 하는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을 둘러봐도 숲 밖에 없는 외딴 곳에 자리한 제주삼다수 제3 취수원이다.
14일 오후 방문한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은 방문 절차 조차 쉽기 않을 만큼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었다.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물쇠로 잠긴 1차 출입문에 이어 담당자 지문인식으로 열리는 2차 출입문까지 꼼꼼한 보안을 거쳐야 했다. 취수원 부지는 지지대를 덧댄 튼튼한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곳곳에는 취수원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등 삼엄하기까지 한 풍경이었다.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제주삼다수는 청정 자연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에 더해 한라산 단일수원지에서 취수하는 고품질 지하수가 경쟁력의 토로 꼽히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의 가장 큰 강점이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에 기반하는 것으로 보고,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의 노력을 고스란히 담아 지난해 9월 새로 준공된 제3취수원에는 직접 물을 뽑아내는 4개의 취수공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취수공 1개마다 2개씩 총 8개 감시정이 설치됐는데, 이는 취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하수 수위 변화와 오염 등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종 전기시설 등이 설치된 건물 한 채를 제외하면 450평 넓이 취수원은 허허벌판에 가까웠다. 제주개발공사는 여기에 더해 제3취수원 축구장 100개 넓이(약 71만6600 m²)에 달하는 인근 숲까지 매입해 직접 관리하고 있다. 혹시 모를 취수원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자 자연 보전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다른 생수들의 경우 취수원을 찾아가보면 취수공 한개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정도 규모로 취수원을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브랜드는 제주삼다수밖에 없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 전경. (사진=김성준 기자)
현재 제주삼다수는 제1취수원과 제2취수원, 총 6개 취수공에서 얻은 원수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제1취수원 인근이 개발됨에 따라 지하수 오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제3취수원은 보다 외딴 곳에 자리잡았다. 제3취수원이 준공된 것은 지난 9월이지만, 여기서 취수한 원수가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것은 내후년께가 될 예정이다. 제3취수원에서 취수한 원수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 24개월간 확인하고, 안정성이 검증돼야만 제품 생산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취수원에서 생산한 생수 중 유통기한이 24개월인 제품은 제주삼다수 뿐이다. 긴 유통기한을 위해 제주개발공사는 원수 미생물 검사와 제품 품질 검사, CIP(Clean in place, 배관 등을 분해없이 자동으로 청소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자체적인 품질 검사의 경우, 법으로 정해진 검사 주기는 분기별 1회씩이지만 제주삼다수는 짧게는 3시간에 한번씩 이뤄진다.
제주개발공사 먹는물연구소의 김태형 박사는 “3개월마다 품질 검사를 할 경우, 만약 품질 검사 다음날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그 사실을 3개월 뒤에야 알게 된다”면서 “그때가 되면 이미 제품이 유통된 뒤일 테고,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연 없이 빠르게 감지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계속해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삼다수가 생산되는 모습. (사진=제주개발공사)
취수원에서 끌어올린 원수는 지하로 연결된 배관을 통해 생산공장으로 외부 노출 없이 곧바로 운반된다. 원수저장탱크에 모인 원수는 정수처리시설로 이동하는데, 별도 화학적 처리 없이 물리적 필터만 활용하고 있다. 제주삼다수 원수 품질이 우수한 덕분이다. 5마이크로미터 필터, 1마이크로미터 필터, 0.5마이크로미터 필터 등 3단계에 걸쳐 머리카락보다 얇은 미세한 입자까지 걸러내면 제품 용기에 병입되는 공정으로 이어진다.
단순한 공정이지만 제주개발공사는 외부 이물질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제품 용기부터 뚜껑까지 원료를 가공해 직접 생산하고 있다. 제품 안전에 대한 고집은 제조 공정 뿐만 아니라 제조 설비에도 적용된다. 제주개발공사는 주기적으로 생산 설비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데, 마침 이날이 점검일이라 기계 내부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단순 점검을 넘어서 기계를 부품 단위까지 분해해 청소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제주삼다수라는 단일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변함없는 품질로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국내 생수 제품 중 수질기준 등에서 이슈가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제주삼다수가 유일한데, 이는 제주삼다수의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