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석유화학공단 (사진=서산시)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가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과잉 생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석유화학업계가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혹독한 어려움 겪은 석화업계···원가 경쟁력 강화 기회 잡아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주요 원인은 중국의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였다. 또한,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압박이 심화됐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석유화학업체들은 고비용의 원유를 수입해야 했던 반면, 중국은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유지했다. 한국은 높은 공식판매가격(OSP)을 감당해야 했고, 이로 인해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은 떨어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 수입에 대한 제재 완화를 검토하면서, 한국 석유화학업체들에게 원가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열렸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의 가격이 하락하고, 중국은 저렴한 원유를 수입할 수 없게 돼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나프타 가격 상승 전망·중국 내수 부양책도 기대 모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LNG 수출 확대를 승인했으며, 이는 미국 에탄분해설비(ECC)의 생산비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수요 증가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해 원가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 NCC의 경쟁력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원가 경쟁력은 제품의 기본 원료인 나프타를 누가 더 싸게 조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중국 석유화학 회사들은 값싼 러시아산 원유 덕에 한국보다 약 30%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나프타를 조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내수 부양책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정책을 펼치기로 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 과잉이 줄어들어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수출 물량 40% 차지 중국 시장 변화 주목···불확실성 변수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결정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일부 우려도 존재한다.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가 부가되면 국내 석유화학업체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미국으로의 수출 기회가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 내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률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에게는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관세 부과로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 기업들의 중국 수출 물량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전체 수출 물량의 약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전한 불확실성이다. 중국의 공급 과잉 해소와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국 수출 감소와 같은 변수 또한 고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므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전략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