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핵심지인 ‘압구정 2구역’에서 빅2 건설사 간 정면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오는 6월 조합이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9월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가운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사실상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압구정 2구역은 1982년 준공된 신현대아파트 9, 11, 12차 단지를 대상으로 한다. 최고 70층, 약 2600세대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로 탈바꿈될 전망이다. 사업비는 약 2조4000억원. 압구정 6개 구역 중 서울시 정비계획 심의를 가장 먼저 통과하며 사업 속도가 빠른 곳으로 꼽힌다.

■ 삼성물산, ‘S.Lounge’ 통해 기술·상징성 강조

삼성물산은 압구정 2구역 맞은편에 프라이빗 브랜드 홍보공간인 ‘압구정 S.Lounge’를 개관하며 본격적인 수주전에 나섰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관을 넘어 ‘세계 최고의 주거명작’이라는 미래 비전과 기술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복합체험형 공간이다.

삼성물산이 압구정 2구역 맞은편에 프라이빗 브랜드 홍보공간인 ‘압구정 S.Lounge(사진)’를 개관하고 본격적으로 수주전에 나섰다. (사진=삼성물산)


내부에는 삼성물산이 구상하는 미래 단지의 설계 청사진, 조감도, 주거모델 ‘넥스트홈’ 등이 전시돼 있다. 층간소음 저감 구조, 스마트홈 설계, 고급 커뮤니티 구성안 등 차세대 주거 기술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 관람객들의 고객의소리를 수렴해 정비사업 방향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삼성물산의 글로벌 초고층 시공 이력이다. 현재 세계 최고 높이 빌딩인 UAE ‘부르즈 할리파(828m)’, 세계 2위인 말레이시아 ‘메르데카 118(679m)’을 시공한 경험은 압구정 2구역의 스카이라인 구현과 직결된 기술력이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기술력과 미래 지향적 모델을 압구정 정비사업에 적극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김명석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은 “브랜드와 사업지의 위상에 걸맞은 독보적인 가치와 품격을 보여드릴 예정”이라며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랜드마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사업에 진심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현대건설, ‘디에이치’ 브랜드와 지역 기반 수성 전략

현대건설은 압구정 일대에 대한 50년 시공 이력을 바탕으로 ‘텃밭’ 사수를 위한 수성 전략을 전개 중이다. 1976년부터 1987년까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총 14개 단지, 6335세대를 시공하며 강남 고급 주거지 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현대건설은 올해 ‘압구정 현대 아파트’ 명칭을 한글·한자 상표로 출원하며 상징성 확보에 나섰고, 수주 대응 조직도 ‘압구정 재건축 영업팀’으로 격상시켰다.

현대건설 ‘디에이치 갤러리’.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도 압구정 재건축 수주를 위해 ‘디에이치 라운지’와 ‘디에이치 갤러리’를 통해 홍보와 주민 소통 채널을 구축해왔다.

지난 2021년 개관한 ‘디에이치 라운지’는 단순한 브랜드 홍보관을 넘어, 도시정비 절차·세금·부동산 상담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과의 관계를 다지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어 2023년에는 주택전시관 ‘디에이치 갤러리’도 양재동에서 신사동으로 이전했다. 이곳은 ‘SMART HOUSE’, ‘GREENARY HOUSE’, ‘WELLNESS HOUSE’ 등 3가지 테마의 주거 모델 유닛을 통해 현대건설이 지향하는 미래 주거 환경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외에도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지역 유대 강화도 시도 중이다. 대표적으로 ‘디에이치 어린이 미술대회’는 ‘살기 좋은 행복한 우리 동네’를 주제로 개최되며, 지난해에는 330명의 초등학생이 작품을 출품해 지역사회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 프리미엄 브랜드·기술력 경쟁 본격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압구정 2구역 수주를 위해 가격 경쟁을 넘어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 지역 밀착력 등 복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기술 중심의 주거모델을 앞세워 고급화와 차별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강남권 다른 재건축 입찰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오직 압구정 2구역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의 위상, 압구정 시공 실적, 기존 재건축 수주 이력 등에서 우위를 내세우고 있다. 또 조합원과의 신뢰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압구정 1·5구역을 수주한 경험은 이번 2구역 입찰에서 중요한 평판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합은 입찰 공고 이후 각 건설사의 제안서를 바탕으로 초고층 시공 역량, 층간소음이나 에너지 절감 기술, 단지 외관 및 조경 디자인, 입주민 맞춤 커뮤니티 구성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6~8월에는 조합원 설명회, 제안서 발표, 홍보활동 등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입찰 참여를 공식화한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두 곳이다. 추가 참여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