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10기 (사진=SK이노베이션E&S)
■ ESS·해상풍력 확대 전략 對 원전 기반 안정 공급
산이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구조적인 제약을 안고 있다. 계통 연결 지연, 주민 민원, 입지 갈등 등 이른바 ‘삼중 병목’이 고착화된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권 주자들이 제시한 재생에너지 전략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점을 두고 크게 갈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시스템 전환’ 차원에서 접근한다.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구조적 대개편, 전력망 인프라의 전면적 재정비, 대규모 해상풍력 중심의 공급 전략 등을 통해 장기적 에너지 전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를 강화하고 발전-소비-저장 간의 유기적 연결을 가능케 할 ‘지능형 전력망’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보완재’로 규정하며 원전을 중심에 둔 안정적 공급 체계를 우선시한다. 재생에너지는 전력 수요의 피크 조절이나 특정 지역의 에너지 자립 용도로 한정적으로 활용하되 계통 투자와 전력망 확충은 선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기조다. 이는 재정 효율성과 현실적 이행 가능성을 강조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광백태양광발전소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사진=더불어민주당)
■ 2030년 30.6% 재생 목표… 아직 갈 길 멀다
양측의 정책은 한국이 직면한 탄소감축 과제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했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한 상태다. 이 감축 시나리오에서 재생에너지는 2030년까지 전체 발전 비중의 30.6%를 차지해야 하며 이는 2023년 기준 약 9%대에 불과한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선 단순 보급 확대를 넘어 지역 수용성 확보, 계통 혼잡 해소, 저장기술 확충, 투자재원 조달 등 복합적 전략이 요구된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물리적 설치량 확대’ 위주에서 탈피해, 기술적·제도적 제약을 고려한 현실적 전환 시나리오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치권은 공급 포트폴리오의 구조와 실행 로드맵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적 시나리오에 달린 성패…유권자의 선택은?
양측 모두 재생에너지 확대의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면서도 접근 방식은 다르다. 이재명 후보 측은 “탄소중립은 시대적 과제이며 초기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미래 경쟁력을 위해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반면 김문수 후보는 “탄소 감축이 중요하지만 무리한 재생 확장은 오히려 공급 불안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원전 중심의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경로를 제시한다.
국제 사회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2026년 본격 도입할 예정이며 미국, 일본 등도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강도 높게 추진 중이다. 한국 주요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전력부문의 탈탄소 전환은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대선 이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략은 이상과 현실, 속도와 수용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과 제도, 산업과 지역을 포괄하는 현실 기반의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 없이는 감축 목표도 경제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시점이다. 남은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