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AI 컨소시엄. (사진=NC AI)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대표 AI(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AI 전문 자회사 NC AI가 선정됐다. 게임 업계에서 최초로 전담 AI 조직을 꾸린 뒤 14년간 연구개발을 이어온 뚝심이 대형 국책 과제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자회사 NC AI를 주축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도전한다. 국내 산업, 연구, 학계 기관들과 힘을 합쳐 한국 최고의 독자AI 개발에 나선다는 목표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국가 AI 주권 확보와 AI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최종 선정된 사업자는 데이터와 GPU, 인건비, 연구비 등을 포함해 약 200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는다. 선정된 기업·기관은 6개월 이내 출시된 최신 글로벌 AI 모델의 95% 이상 성능을 갖춘 독자 AI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5개 정예팀으로 선정된 NC AI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인공지능을 연구해온 기업 중 하나다. 엔씨소프트는 AI가 산업계 화두로 떠오르기 전인 지난 2011년부터 AI 전담 조직을 구성, 장기적 R&D 비전을 세워 기술 개발을 이어왔다.

그 결과 NC AI는 ▲감정형 음성합성 기술 ▲게임 시나리오 기반 자연어 처리(NLP) ▲얼굴 모션 애니메이션 처리 ▲3D 비전 기반 로보틱스 연구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자체 개발한 비전언어모델(VLM) '바르코(VARCO)'가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해당 모델은 한국어 성능, 한국 문화 이해도에 강점을 지녔다.

특히 지난해 9월 공개한 '바르코 LLM 2.0'은 로직코리아 벤치마크에서 매개변수 100억개 이하 동급 모델 중 1위를 기록했고, 추론·수학·글쓰기·코딩·문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 성능을 입증했다.

NC AI는 '바르코 LLM'을 허깅페이스에 공개해 스타트업·개발자·중소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오픈소스 생태계에도 기여하고 있다. 향후 개발할 LLM 모델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기술 발전으로 사회적 편익이 확산되는 기반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실사용 경험 '풍부'…게임 넘어 패션·영상 분야로도

NC AI의 가장 큰 강점은 AI 서비스의 실사용 노하우다. 대표 사례로는 MMORPG '리니지W'와 'TL'에 적용된 실시간 채팅 번역 기능이 꼽힌다. 단순 번역 뿐만 아니라 대화 속도와 문맥의 일관성까지 유지된다는 점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또 B2B(기업간거래) 시장을 중심으로 패션·디자인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NC AI는 패션기업 F&F와 AI 기반 디자인 추천 시스템 '바르코 아트패션'을 구축했으며, 해당 솔루션은 디자이너가 자연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약 3초만에 10종 이상의 디자인 시안을 생성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는 립싱크 자동화 기술인 '바르코 싱크페이스(VARCO SyncFace)'의 상용화를 앞둔 상태다.

이 같은 역량들이 이번 사업 선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요구하는 ▲기술력 및 개발 경험 ▲개발 목표 우수성 ▲개발 전략·기술 우수성 ▲생태계 기여 계획 등의 조건을 충족했고, 'AI 전환' 비전을 이룰 수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분석이다.

54개 기업·기관 규모 컨소시엄…AI 산업 적용 힘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총 54개 기업·기관들도 힘을 보탠다. 한국어 언어모델 KorBERT, EAGLE 등을 개발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학계 LLM인 KULLM을 공개한 고려대학교, 3D 비전 및 로보틱스 분야의 연구 그룹을 보유한 KAIST가 차세대 AI 기술의 R&D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AI의 품질을 결정하는 데이터 리소스도 풍부하다. NC AI의 자체 데이터실을 비롯해, AI 학습 데이터 구축 및 품질 검증 전문 기업 에이아이웍스, AI Safety 및 데이터 설계 프레임워크 역량을 갖춘 연세대학교 등이 협력해 데이터 구축을 돕는다.

NC AI는 이번 선정을 기점으로 차세대 'VARCO' 시리즈 고도화, 산업특화 LLM 개발, 멀티모달 AI 기술 고도화, 인재양성 기관과의 협력, 분야별 현장 맞춤형 AI 실증 확대 등을 단계별로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이번 성과는 NC AI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한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기술 독립과 산업 실증, 글로벌 공헌을 동시에 실현하는 대한민국 AI 전문 기업으로서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